자기주도 대화법 : 3. 브랜딩의 기술
신입사원 시절의 이야기다. 국내 대표적인 레저기업의 마케팅팀에서 근무했다. 마케팅 부서가 여러 팀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하루는 옆 팀으로 걸려 온 전화를 내가 받았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그 팀장에게 메모를 남겨 두었는데 그 메모가 문제가 되었다. 그 팀에 나와 입사 동기인 신입사원이 있었는데 내 메모를 본 그 팀장이 그녀를 야단친 것이다. “왜 자네는 전화 메모를 이렇게 남기지 못하지?”라고. 그녀는 팀장에게 한 소리를 듣고 나에게 와서 하소연했다.
마케팅 부서의 주요 업무가 법인 고객 영업이었는데 고객관리가 매우 중요했다. 걸려 오는 전화 한 통에 따라 수 천만 원에서 수 억원이 거래되었기에 전화를 잘 받아야 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전화가 오면 메모를 잘 남겨 놓으라는 상사의 지시가 있었다. 그때 이렇게 질문했다.
어떻게 메모를 남겨 놓으면 될까요?
상사는 메모할 항목을 알려주었고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입사할 때 신입사원 교육을 받지만 실제 일을 하다 보면 교육받은 내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꿀팁이 필요했고, 의문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전화 업무에 대해서만 하지 않았다. 똑같이 신입사원 교육을 받았어도 시간이 흐를수록 업무 효율성과 성과는 차이가 났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손가락을 몇 번 까딱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꿀팁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특정 사람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꿀팁은 질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질문은 정보를 얻고 업무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질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와 같이 시대를 크게 변화시킨 사람들은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질문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문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유형을 잘 이해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질문 유형이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이다. 개방형 질문은 ‘무엇’, ‘어떻게’, ‘왜’와 같은 단어로 시작하고, 상대방에게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 주제에 대한 경험은 무엇이 있습니까?”
일상의 대화에서도 개방형 질문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할 수 있고, 대화를 풍부하게 이끌 수 있다.
“과거에 큰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왜 그 사람이 인생의 롤모델이 되었나요?"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폐쇄형 질문은 ‘예’ 또는 ‘아니요’와 같은 대답 또는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이고, 특정 정보를 수집하거나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고객님, 커피머신의 오른쪽 버튼이 고장 났다는 말씀이세요?”
“팀장님, 언제까지 보고서를 준비하면 될까요?”
폐쇄형 질문은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거나 시간 제약이 있을 때 주로 사용된다.
개방형 질문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서일까. 개방형 질문을 하는 잘못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동료에게 점심 식사를 같이하자고 말하고 싶을 때 “점심 식사 약속 있어요?” 또는 “점심 식사 나랑 같이할 수 있어요?”라고 폐쇄형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점심 식사 어떻게 할 거예요?”와 같이 개방형 질문을 한다. 질문을 받는 사람은 상대방이 무슨 의도로 물어보는 건지 알 수 없다. 정확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 애매하게 질문을 던지는 꼴이 된다. 폐쇄형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방형 질문을 하는 말습관은 자신감이 없고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한 모임에서 ‘요즘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주제에 대해 충분히 대화가 오고 간 뒤 약간의 침묵이 흐를 때,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OO님, 어릴 때는 어떤 운동을 즐기셨어요?
질문을 받은 사람은 취미로 농구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질문으로 인해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풍성하게 이어 나갔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질문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잠깐의 침묵도 견디지 못해서 계속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머지 사람은 그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 하는 고충을 감당해야 한다. 침묵이 불편하다면 적절한 질문을 찾는 노력을 해보자. 직장에서 질문을 잘하면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세련된 대화 매너가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질문을 잘하려면 질문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위함인지, 내용 확인을 위함인지, 대화를 주고받기 위함인지 구분한 후, 그에 맞는 적절한 유형의 질문을 선택해야 한다. 질문 유형을 이해하고, 질문 원칙을 안다고 해서 갑자기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질문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평소에 능동적으로 경청하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질문이 길고 장황하거나 질문 자체가 모호하면 질문을 하는 사람도, 질문을 받는 사람도 대화의 목적을 잃고 당황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질문을 해 보는 것이다. 질문을 계속해 봐야 좋은 질문인지, 엉뚱한 질문인지 알 수 있다. ChatGPT에게 자주 질문해 보고, 주변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하는지 관찰해 보기 바란다.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면 매일 질문해야 한다. 질문을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