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y Jan 01. 2020

어디가 더 좋아?

홈스테드에서 하루 일과 -Community Homestead 3

이 곳의 하루 일과는 오전 작업 9시~12, 점심식사시간 12~2시, 오후 작업 2~5시으로 나뉜다. 오전에 일을 하다가 자기가 생활하는 집에 가서 점심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바쁘면 식사도 못 챙길 때가 있다. 스탭인 윌은 너무 바쁜지 점심도 못 먹을 때가 있다. 커뮤니티센터에서 수요일 점심에 공동식사를 하고, 금요일 저녁에는 Morning하우스에서 포트럭 파티를 하며 전체가 모인다. 이때 각 집의 소식도 공유하고 새로운 멤버도 인사를 하고 있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오전에 조안과 Store를 정리해야 한다고 해서 집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조안이 없다. 배달을 갔다가 10분 정도 후에 온다고 했는데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야채 212박스를 배달해야 하는데 어젯밤 큰 배달 트럭이 고장이 나서 여러 번 짐을 옮겼다고 한다. 누군가가 과수원이 있는 앨리네 집으로 가서 조안을 기다리란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그 집 꼬맹이들과 다운증후군 청소년 두 명이랑 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두 친구는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데 매주 수요일 오전에 이곳에 실습을 하러 오고 있다. 그런데 장난만 치고 있고 일할 생각은 없는 눈치이다. 첫날이라서 서로를 익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앨리가 설명을 해 준다. 앨리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대학교 때 여기에 자원봉사를 왔었다.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고 최근에 이곳에 다시 와서 스텝으로 생활하고 있다. 남편이 1시간 거리인 미니아폴리스 병원에서 연구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기다림 끝에 11시가 다 되어서야 조안에게 인도되었다. 조안네 집 앞에서 쌍둥이 아들들이 물장난을 하고 있다. 우리 두 딸은 아기 고양이 릴라에게 관심이 많고, 조안은 무얼 하는지 혼자 정신이 없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졸음이 몰려온다. 마음대로 졸지도 못하고 아이들을 쫓아다니거나 조안의 일을 도와주며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커뮤니티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드디어 연락을 취했던 캐서린을 만나게 되었다. 

“Ray~ 반가워요. 제일 바쁠 때 와서 우리가 정신이 없어요.”

사실 이 말을 아침에 윌에게서도 들었다. "Ray~ 우리가 항상 이렇게 바쁘지만은 않아요~” 점심 메뉴는 빵, 치즈, 잼, 샐러드이다. 미국 사람이라 그런지 이 사람들은 정말 햄버거를 좋아하나보다. 우리 입맛에는 정말 안 맞는다. 오늘 점심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줄 알고 기대했는데 역시 실망이다. 


민서 또래의 여자 아이 2명이 보인다. 다행이다 싶었는데 서로들 어색한지 영 접촉이 없다. 조안이 아이들이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갖게 해 주려고 나섰다.

“Ray~ 빨리 집에 가서 수영복을 가져올래요. 아이들이랑 슬라이딩 놀이를 했으면 해요~”

물놀이를 한다니 신이 난 아이들~ 아쉽게도 슬라이딩을 몇 번하고 나니 엉덩이를 받쳐주는 마지막 튜브에 구멍이 나버렸다. 테이프를 붙이고 또 붙여 보았지만 영 힘이 없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물 호스를 잡아들었다. 아이들 머리위로 몇 번 쏴주니 모두들 신이 났다. 조안이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창고에 들어가더니 부스럭부스럭 무언가를 꺼내왔다. 미니 에어바운스를 보고 모두들 신이 났다. 온 몸을 날려서 에어바운스에 뛰어들어 서로 부대끼니 서서히 서로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지는 듯 하다. 고마운 조안~^^    

 

아이들을 챙기고 나니 벌써 4시가 다 되었다. 그제서야 조안과 Store에 도착했다. 홈스테드에서 생산한 물건들을 판매하기 위해 상품대를 진열해 놓은 곳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은 없고, 상품 가격, 목록, 현금통만 보인다.

“조안~ 이렇게 물건을 팔아도 괜찮아요?”

“Ray~ 우리는 사람들을 믿어요~”

조안의 그 한마디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야채를 포장하는 건물에 CSA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Community Support Agriculture의 줄임말이다. 유기농업을 후원해주는 지역주민들이 매주 수요일이면 이곳에 와서 야채를 가져간다고 한다. 지역사회와 교류하기에 참 좋은 방식인 것 같다.     


커뮤니티센터 지하에는 공동 창고가 있다. 공동체에서 생산한 소고기, 닭, 야채, 과일 등이 냉동고에 진열되어 있다. 필요한 물건을 골라서 목록표에 적어 놓고 가져가서 요리를 해 먹으면 된다. 우리가 생활하는 Orion하우스에는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맨날 빵하고 샐로드로만 식사를 하고 있나보다. 안되겠다 싶어 오늘 야심차게 닭볶음탕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어제 닭 2마리를 가져와서 해동을 시켰다. 닭이 통째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조각을 내려고 칼질을 해 보았지만, 무딘 칼날에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결국 다리랑 날개만 겨우 잘라냈다. 몸통으로 닭죽을 만들기로 했다.


목요일 아침부터 모기들에게 물리면서 풀을 뽑았는데, 닭을 잘랐더니 손목이 많이 아프다. 일부러 냉장고 긴 바지를 챙겨 입었지만, 모기한테 어림도 없었다. 특히 엉덩이 쪽이 많이 물렸다. 사람들이 청바지를 입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오후에는 엘리네 과수원에서 사과 열매 고르기를 하였다. 조안네 아이들이랑 다 같이 하니 우리 두 딸도 신이 났다.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엄마가 하는 일을 돕다가도 떼를 쓰고 서로 싸우고...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저녁에는 엘리네 Alt하우스에서 파티가 있단다. 23세 남자 봉사자인 션의 생일이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집, 그것도 우리 옆 방으로 이사를 온단다. 파티에 간다고 하니 아이들도 은근 기대를 하고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 다른 봉사자, 식구들도 파티라는 격식에 맞게 나름대로 치마, 와이셔츠를 챙겨 입고 왔다. 엘리는 테이블 세팅을 해 놓고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그녀는 미술을 전공했다. 그 집에 있는 그림, 소품들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엘리의  남편이 밖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오랜만에 맛보는 고기 냄새에 아이들이 흥분했다. 과일주스, 아이스크림, 파이, 와인까지 맛볼 수 있으니 파티 느낌이 물씬 풍긴다. 우리도 미리 준비해 온 선물 한 개를 내민다.     


젊은 봉사자들은 그들 나름의 끼와 즐거움을 즐기는 듯하다. 파티가 끝나고 자기네끼리 따로 모임을 갖는단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이제는 애 둘 딸린 한국 아줌마밖에 더 되랴? ㅠ.ㅠ 그래도 두 아이 사이에 누워서 양손을 뻗으면 옴지락 꼼지락 예쁜 손들을 만질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좋다.  잠자기 전에 지민이게 질문을 했다가 민서랑 한바탕 웃고 말았다.

“지민아~ 여기가 좋아. 부르더호프 메이플릿지가 좋아?”

“응~ 제인할머니가 있는 메이플릿지가 좋아요. 여기는 지저분하잖아요.”

“제인할머니가 잔소리 많이 하는데도?”

“네? 제인할머니요... 잔소리 안 하는데요?”

“뭐라구? 잔소리 안 한다고? 하하하... 니가 강하다. 강해~”   


브루더호프와 정반대인 커뮤니티홈스테드에 오니 그 곳의 풍경, 깨끗함, 정돈됨이 그립다.   


직장맘의 육아휴직 레시피 – 두 아이와 미국 세 달 살기

‘구독신청, 라이킷, 공유가 작가 Ray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해요!’


작가의 이전글 거기 어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