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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 Jan 17. 2020

모기가 무서워

공원 피크닉, 영성모임 –Community Homestead10

토요일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이 조금 흐리다. 거실에 올라가니 윌이 새벽에 비가 많이 왔고 이제 그치는 중이란다. 오늘 날씨가 좋으면 공원에 놀러 간다고 했는데 다행이다.

“애들아. 밤새 비가 왔다 갔다고 하네.”

“그래요? 그럼 수영할 수 있는 거예요?”

“엄마는 김밥을 싸야겠다. 오이가 없는데 어떡하지? 조나단한테 가서 달라고 할래?”

“네~ 알았어요. 어떻게 얘기해요?”

“음. 김밥을 만들어야 해서 오이가 필요하다고 하고, 새 오이를 Store에 있는 오래된 오이랑 바꾸겠다고 해~”

“어떻게 말해요? 난 몰라요. 그냥 오이가 필요하다고만 할 거예요.”

“민서가 알아서 잘하겠지~ 파이팅!!”


출발시간에 맞추어 점심식사 준비를 하느라 주방이 분주하다. 단무지를 대신해서 오이 초절임을 하고 시금치, 당근, 계란, 햄까지 넣었다. 몇 명이 갈지 몰라 최대한 많이 준비해 본다.

공원은 20분 거리에 있었다. 출입구가 있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도로, 등산 코스들도 잘 되어 있다. 강을 따라 공원이 있어서 계곡 밑에 보트를 타는 사람도 있다. 주말이라 곳곳에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고, 결혼식도 눈에 띈다. 우리는 일단 수영할 수 있는 장소로 향다. 강이라고 왔는데 푯말에 Beach라고 쓰여 있다. 하긴 이 나라는 땅이 넓어서 바다로 가려면 힘들겠지 싶다~


강물에는 조안네 아이들 둘, 우리 집 아들 둘... 이렇게 넷만 들어갔다. 조안이 튜브, 물총, 장난감을 한껏 챙겨 왔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즐겁게 놀고 있다. 어른들은 잔디에 앉아서 햇볕을 쐬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날씨 때문인지 모기가 너무 많다. 하늘이 화창해졌다 흐려졌다 오락가락한다. 한 시간 정도 물속에서 놀던 아이들이 춥다고 나왔다. 간식을 먹고 짐을 챙겨서 바비큐 장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아까보다 모기가 더 많아졌다.

“엄마. 모기가 내 발 물었어요.”

“그러게 장난 아니다. 모기약 스프레이 뿌려~”

“엄마 발가락에 모기가 두 마리나 앉아 있어요.”

“이 놈의 모기!! 아이고~~ 가라!! 탁탁


강 밑에 낚시를 하러 갔던 꼬맹이들도 모기 때문에 금세 올라온다. 바비큐 불판과 테이블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나? 불판 위에 호일도 안 싸고 바로 소시지를 굽는다. 사실 스테이크를 기대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조안이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 왔다. 감자 야채샐러드, 디저트, 과일, 소시지 햄버거... 화창 해지는 날씨에 강 옆 초록색 잔디 위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는 풍경 그 자체는 너무 완벽하다. 그런데 모두들 모기를 쫓느라 음식을 먹을 사이가 없다. 이런데 와서는 삼겹살을 지글지글 구워 상추쌈, 쌈장에 먹어야 하는데 아쉽다ㅠ.ㅠ


참다 참다 모두 음식을 입에 털어넣다시피 하고 뒷정리를 시작해서 차에 올라타 버렸다. 차 안에도 모기가 이미 들어와 있어서 모두들 모기 잡이에 정신이 없다.

“엄마! 모스키토~ 저기!! 투 모스키토!!”

“어디? 어... 여기! 탁! 탁!! 탁!!!”

모스키토? 지민이가 알게 되는 단어가 하나씩 늘어나는 중이다. 하하~ 흐뭇해지는 엄마 마음~~^^


일요일 아침, 닭 손질을 하다가 손가락에 칼집을 냈다. 서둘렀더니 또 이렇게 실수를 한다. 그래도 꿋꿋하게 spiritual meeting에 참여하러 갔다. 커뮤니티센터에서 동그랗게 빙 둘러앉아 책자를 펼쳐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장애인은 대부분이 참석했는데 자원봉사자는 거의 없다. 아주 간단한 노래를 부르지만 박자도 안 맞고 음도 오락 가락한다. 부르더호프의 아름다운 노랫소리 좀 녹음해 올 걸 아쉽다.

이런저런 생활 공유를 하기 시작한다. 대니는 부모님 집에 다녀왔는데 조카가 아기를 낳았다고 한다. 질도 결혼식에 다녀왔다고 한다. 때로는 너무 빨리 얘기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고, 때로는 자꾸 끼어 들어서 이야기를 방해하는 모습에 중단되는 대화에 웃음이 나온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 핸드벨 연습을 한단다. 우리 집에 같이 사는 션이 지도를 하나보다. 평소에는 모임에 참석 안 하던데, 오늘은 와 있어서 웬일인가 싶었다.


저녁 식사 후에 일리네 아이들 3명과 놀이터로 향했다. 이 동네는 이혼을 하면 아이들을 반반씩 키우나 보다. 조안네처럼 이 집도 주중 며칠은 엄마 집에, 며칠은 아빠 집에서 생활한단다. 그래서 얼굴을 자주 볼 수가 없다. 민서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둘이나 있어서 잘 놀 줄 알았는데 간간히 보니 어색한가 보다. 각자 그네에 몸을 싣고 미끄럼틀을 타며 놀고 있다.

“너희들 숨바꼭질할래?”

“네~ 좋아요. ”

“자~ 누가 먼저 할까? 가위바위보~~ 아. 지민이가 먼저네? 다들 숨자. 지민이는 영어로 20까지 못 세니까 10까지 두 번하는 걸로 하자~”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친해지기를 유도해 본다. 그런데 모기들 때문에 다리가 너무 간지럽다. 조금 놀다가 우리 집으로 데려와서 아이들에게 간식을 먹이고 사진을 보여주고 공기놀이를 선보이고 아이들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방을 빠져 나왔다.  


이제 좀 쉬려나 싶었는데, 션이 혼자서 창고 정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지배~ 자기한테 필요한 사람들한테만 잘하고, 우리한테는 맨날 쌩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못 본 척할까 하려다가 그래도 그냥 넘기지 못하겠다. 어른 체면이 있지~ 안 그래도 내가 내일 오후에 정리하려고 했는데... 땡큐다.

“션, 큰 일을 벌였네요. 내가 도와줄까요?”

“네. 여기 안은 너무 더워서 들어오지 말고, 선반에 있는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 주세요.”

“그래요. 좋아요~”

둘이서 열심히 정리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션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이 지나도 안 들어온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혼자서 정리를 하다가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려고 밖으로 나갔더니 지민이가 내 손목을 냅다 잡아끌어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엄마도 친구들이랑 좀 놀아요. 혼자 있지 말고~~ 술도 마시고... 알았죠?”

집 뒤 쪽 나무 그늘 아래에서 션, 윌 등 넷이서 담배를 피우며 수다를 떨고 있는 게 아닌가? 여기가 아지트였구나! 담배를 피우며 싹트는 우정인가 보다. 누(?)가 왔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다. 친구 없는 외로움도 몰려오고, 달려드는 모기떼들의 습격에  슬며시 자리를 나왔다. 


‘애들아, 너희들이랑 24시간을 붙어 있다 보니 통 놀 시간이 없구나. 나한테 시간이나 좀 주고 그런 소리하렴엄마는 너희들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좋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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