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셀럽이 되고 싶어

브런치 첫글 입문기

by 구르는 소

퇴근길에 아내를 만나서 전철역을 빠져나오는데, 뒤에서 저희 부부 어깨를 꽉 껴안는 손이 있습니다.

연기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둘째 딸이 같은 차량으로 왔나 봅니다.

"아이고 딸아~ 우리 힘들다. 네가 어깨 잡고 늘어지면 어찌냐"

중3인 딸은 키가 175cm나 됩니다. 큰 키로 아빠 엄마 사이에서 어깨동무로 누르니 피곤한 퇴근길이 살짝 더 피곤해집니다.


"아니. 사랑하는 딸 만나니까 힘나지 않아? 자. 다들 어깨들 피시고요~"


둘만의 퇴근길이 오랜만에 세명의 약간 소란스러운 퇴근길이 되었습니다. 딸아이가 끼니 자연스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홍대에 가수 누구가 왔다는데 말이지"

"아빠 연예인 누구 알아? 본적 있다고? 아!!! 나도 보고 싶다!"

한창 가수나 배우등 연예인들을 좋아할 만한 나이대이기에 자연스레 연예인, 유명인에 대한 대화로 집까지 걸어옵니다.

"그런데, 우리 딸은 왜 그리 연예인이 보고 싶냐? "

"유명하잖아. 유명하면 연예인이야"

"너도 열심히 공부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유명인이 될 수 있어. 그럼 연예인 되겠네. 그러니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보는 건 어때?"


하고 물으니 딸의 대답이 이렇습니다.


"아냐. 유명하니 전문가가 되는 거지. 아빤 전문가라며 안유명하잖어.

셀럽이 아니면 다 소용없어"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전문가여서 유명해지는 걸까요, 유명하니 전문가일까요.


그러다가 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전 사회복지사로, 국내에서 생겨난 INGO에서 20년 넘게 근무해온 활동가이자 직장인입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주면서 선한 영향력도 많이 펼쳤고,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무브먼트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경험했습니다.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회공헌 활동도 디자인하고 모금 성과도 많이 내서 국가로부터 표창도 받았습니다.

비영리기관의 인사업무와 회계, 총무업무 등 행정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왔고

대학생 봉사단을 꾸려 20회 이상 해외봉사활동을 보냈습니다. 저한테 사회복지현장과 NGO 활동가의 모습을 배운 사회복지 실습생과 자원봉사자들도 수십명이 됩니다.


그런데, 전 전문가일까요? 전 왜 유명하지 않을까요? 그냥 직장인이라서였을까요?


제 이름을 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제가 내성적인 부분도 있고 공명심이나 이런 거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안빈낙도'가 제 삶의 모토일 때도 있었으니까요. 아마 그런 마음이 강하니 이름을 알리기 위한 활동이나 자극들에 크게 집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드러나게 제 이름을 사회에 알리고 싶지 않은 거지


< 사회복지사로, ngo직원으로 살아온 저의 경험이나 인사이트, 직장내 저만의 노하우들을

주변에 알리고 타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까지 없는 건 아니더라고요 >


유명해지고 방송 등에 나와서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돈도 많이 벌고 다양한 기회들도 생길 테니 좋겠지만 적당히 월급 받고 있고 지금 직장에서도 다양한 기회들이 있어 현실에 안주했던 것도 있겠지요.

오프라인에서 얘기해봐야 같이 일하는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 몇 명 정도와의 이야기인데요.

온라인에서, 글로 얘기하면 더욱 많은 사람들한테 나의 일과 저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나눔과 봉사, NGO, 기부, 사회복지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다지 관심 못 받는 영역이긴 하지만, 이 분야에서 일하는 저같은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들을 접하다 보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다양한 영향력을 갖게 되겠지요.

저도 조금씩 성장하게 될 것이고요.

딸아이한테 무시당하지 않게

저도 셀럽이 되고 싶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