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들이 오면 좋긴 하겠지만, 학생들이 있을 공간도 마땅치 않고 신경 써줘야 할 일이 많을 텐데, 지금 직원들 업무부담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실습 커리큘럼이 없잖아요"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현장실습이라는 3학점짜리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의 보조로 들어가서 기술을 전수받는 도제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업무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먼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 직원들(슈퍼바이저라고 합니다)한테 지도편달을 받는 제도입니다. 이 사회복지현장실습을 하지 않으면 졸업을 하지 못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에도 응시할 수 없습니다. 각 대학별로 1회는 기본이고, 2회의 실습을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학생들은 개인희망에 따라 2회 이상 실습을 개별적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보통 대학 3학년 여름방학에 자기가 배워보고 취업하려는 분야의 기관에서 실습을 신청하는데, 실습비는 5만 원~15만 원선입니다.
현장실습을 반드시 이수해야 사회복지사로 첫발을 내딛을 수 있는데, 사회복지기관에서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실습을 진행하려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로부터 실습지 인정기관으로 지정을 받아야 하고요. 학생 5명당 슈퍼바이저 1명으로 정해져 있는 슈퍼바이저와 기관장은 매년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는 당연한 업무니 크게 힘든 업무는 아닙니다.
실습생을 뽑겠다고 하면, 실습 프로그램이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기관의 미션이나 고유업무, 위탁업무 등에 적합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하죠. 기관의 회지 발송이나 행정보조 등 단순작업을 시키는 기관들도 간혹 있지만, 그렇게 하면 학생들한테 소문나서 더 이상 실습학생들이 오지 않습니다.
교육도 잘해주고, 경험도 쌓게 해 주면서 슈퍼비전을 잘 줘야 학생들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다음번에 좋은 실습생들을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학생들한테는 반드시 필요한 현장실습인데,
먼저 현장에서 활동하는 선배 사회복지사들은 왜 '실습'이라는 단어에 왜 미간을 찌푸렸을까요?
현장의 사회복지사, 활동가들은 항상 이러저러한 업무로 바쁩니다. 사명감과 헌신이 미덕인 이 분야에서 뭐 하나 소홀히 할만한 게 없습니다. 특히나 제가 일하는 대형 규모의 사회복지기관에서는 법인 고유사업과 그에 따른 행정, 후원금 개발과 관리, 유관기관들과의 네트워크, 클라이언트 사례관리, 서비스 제공 등 정신없이 하루가 갑니다.
이렇듯 일과가 바쁜데, 여기에 추가로 실습생 교육까지 하자고 하면요.
직원들은 당연히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힘들고 바쁜 건 알지만... 우리 모두 현장실습을 해주었던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 자리에 있습니다. 좋은 후배들과 미리 만나본다는 의미로 올해부터 실습 프로그램을 같이 돌려봅시다"
5년 이상의 경력직원이 슈퍼바이저 역할을 담당하기에 업무가 제일 많을 슈퍼바이저 담당 직원이 ok를 해야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직원들도 번갈아가면서 각자의 업무 실습을 진행하기에 이들의 ok도 중요하죠.
그냥 기관장이 실습생 받고 싶다,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하여 마음대로 할 순 없습니다.
다행히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마음을 열어 사회복지학과 후배들에게 현장실습의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내가 받았으니 되돌려 주는 것에 흔쾌히 참여하기로 하였습니다. 실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해당 학생들에게 기관의 이해도를 높이고 역량 있는 학생들도 선점할 수 있기에 사회복지기관 입장에서는 실습 진행에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기관에서도 실습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연결되고 기관 경험을 쌓아 신입 공채에 지원하니 내심 현장에서 실습 프로그램을 돌려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학문적 후배들을 위해 선뜻 자기의 시간과 삶을 나누어주려는 동료직원들의 결정이 너무 감사합니다.
성심성의껏 지도하고 교육하면 그중에 한두 명이 우리 기관에 소중한 인재로 남을 것입니다.
사회복지현장실습에는 이렇듯 기존 선배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에 근거해 미래를 위한 사람투자로 연결되는 꼭짓점들이 존재합니다. 잘 준비해서 가르쳐주는 만큼, 배우시는 분들도 성심성의껏 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