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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롤모델은요....

NGO 활동가의 발자취

by 구르는 소

학창 시절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이야기를 교과서로 배운 사람이라면 약간 나이가 있을 겁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헬렌 켈러 이야기를 가르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위인전이나 동화책으로 이야기를 습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사회복지를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엔 설리번 선생 같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마 그런 바람대로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어 훌륭한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10여 년 전에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서, NGO 활동가로서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겠다며 오는 대부분 학생들의 롤모델이 바람의 딸 한비야 씨였습니다. 오지여행가에서 국내 대형 NGO의 활동가로 변신한 한비야 씨의 스타성이 우수한 학생들을 이 분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지요. 이후에도 많은 기부와 선행으로 모범을 보인 차인표/신애라 부부와 가수 션, 모델 변정수 씨 등을 보면서 자기도 선행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며 찾아오는 학생들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선각자적인 인류애와 스타성을 겸비한 연예인들의 선행과 참여가 사회복지와 NGO분야에 큰 활력이 됩니다.

더욱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셀럽들이 나눔과 봉사로 같이 동참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채용해서 같이 일해보니, 젊은 학생들을 이 사회복지 현장으로 이끈 건 셀럽이나 세계의 위인들만은 아니었습니다. 채용하면서 혹은 채용한 뒤에 여러 직원들과 대화해보니 자기의 롤모델을 선정하는데 이런 단계를 거치고 있더군요.


"처음에 이러저러한 셀럽들을 보고 막연히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나 실습을 하면서 현장에서 업무 경험을 쌓았는데요. 현장업무가 생각한 것과 달라 언론에서 보여준 이미지랑 좀 다르다는 생각에 실망감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뛰게 한 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습니다. 거기서 만난 선배들이 너무 멋있는 겁니다.

그런 열정은 어디서 나는지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헌신과 돌파력, 도전정신을 저도 배워서 그 선배처럼 되고 싶더라고요."

빨리 배워서 선배를 따라잡겠다는 후배들. 자기의 롤모델이 현장의 선배 직원들이라고 말한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보다 좀 더 근속기간이 길고 업무성과도 좋게 나오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어쨌든 저도 현장의 직원이니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국전쟁 이후에 모든 것이 파괴되어 외국 원조기관들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시절부터 그 외원 기관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있었을 테고 당시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외원 기관들이 철수한 8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기부문화를 만들어내고 나눔과 봉사활동의 기초를 닦은 선배 직원들의 노력과 도전이 있어왔을 테고요.

꾸준히 한국에 맞는 사회복지제도를 연구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 기틀을 만들어 시민의식을 변화시켜온 선후배, 동료들이 사회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여러 현장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인간존중의 권리를 확보하는데 자기의 삶과 목숨을 건 NGO 활동가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이들이 우리나라 사회복지와 NGO계의 귀한 보물이자 셀럽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세대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보였기에 지금 후배 사회복지사들이, NGO 활동가들이 계속 꿈을 꾸면서 동참하고 있을 것입니다.


활동가들은...

셀럽으로 누구누구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보다는

현장의 선배들과 동료들, 후배 직원들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지고

우리들의 삶의 궤적이 귀하게 존중받고

우리들의 조용한 발자취가 사회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림으로 남아서

더욱 많은 현장의 활동가들이 보람된 자긍심을 갖고 살면서

우리들을 쫓아 이 분야에 헌신하려는 학생들이 더 많아지길 소망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현장의 열정과 헌신에 합당한 보상도 주어지는, 그런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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