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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Apr 10. 2024

아직은 상갓집... 먹어야 산다

돼지++ 껍데기 24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홍합냄새가 가득하다.

아내는 자기 생일에 직접 홍합미역국을 끓였다.

아내의 수고와 생일축하의 의미로 미역국에 밥을 가득 말아 흡입했다.

 

가족들 생일이면 어머니는 소고기를 듬뿍 넣은 미역국을 끓여 놓으셨다.

난 계란이 들어간 미역국이 가장 좋다.

각자 취향이 있겠으나, 결론은

누군가 만들어준 미역국이 제일 맛있다.

아내도 만들어준 미역국이 제일 맛있을 터인데

며칠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계셨으면 며느리 위해 고기미역국을 만들어 주셨으리라.


바쁘게 살면 적응될까, 시간이 지나면 잊힐까, 잘 먹으면 회복될까 싶었다.

그런데 출퇴근 차 안에서 혼자 있을 때면 자꾸 눈물이 난다.

밤 이불속에서 가만히 누워있으면 눈이 아프다.

사고로 허망하게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억울하고 아쉽고 서운하고 슬프고 죄송하고 허망하다가 화가 난다.

왜 그리 아파트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셨나...


아침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간 아들, 며느리, 손주들인데

일상을 살아가는 가족들끼리 저녁 귀가 인사를 제대로 못 나눴다.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미역국 먹다가 갑자기 울음이 뿜어져 나왔다.

먹던 홍합이 목에 걸려 기침이 나온다. 

기침에 눈물이 나온 건지, 눈물에 사레들려 기침이 나온 지 모르겠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쉽지 않다.


아내가 냉장고에 있던 베스**빈스 아이스크림을 옆에 꺼내 놓았다.

"울지 말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어"

코를 훌쩍거리며 나도 한마디 했다.

"요 분홍색... 아이스크림... 맛있네..."


돼지++ 가족들은 먹으면서 슬픔을 극복해 나간다.

이렇게 우리 가족들 껍데기도 조금씩 두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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