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껍데기 23
어머니 침대 옆 협탁서랍에서 천혜향 과일 한 개를 발견했다.
주무시다가 드시려고 넣어놓으신 듯하다.
어머니의 마지막 과일간식을 꺼내와서 혼자 까먹었다.
푹 익어서 그런지 상큼함이 거의 없고 껍질도 잘 안 까진다.
입맛이 까다로운 어머니는 음식의 변화를 금방 알아채셨다.
가끔 1등급 쌀을 사면 쌀을 어디서 샀냐며 에둘러 물어보셨고
떨이로 파는 딸기를 사 오면 얼마에 샀냐며 가격을 물어보셨고
특가판매의 고구마를 배달시키면 인터넷 물건은 믿을 수 없다고 하셨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며느리와 아들은 매번 그런 말이 신경 쓰였다.
삼시세끼 뜨거운 밥 해 드시는 어머니 위해
집에 특등급쌀이 떨어지지 않게 하고
과일도 당도 높은 거 제철에 맞게 주문하고
냉장고에 고기와 간식등이 떨어지지 않게 해 드렸다.
어머니가 만족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은 23년간 부양하느라 노력했고
며느리는 23년간 한집에서 모시느라 최선을 다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부양과 최선을 다해야 할까 고민할 때도 있긴 했지만
이렇게 사고로 황망하게 돌아가시는 건 아니지 않은가!
며느리가 사 온 천혜향이 맛있다는 말 한마디 하진 않으셨지만
침대맡에 두고 맛있게 수시로 드셨나 보다.
어머니가 챙겨둔 천혜향 마지막 한 개를
나 혼자 까먹었다.
돼지++의 내 껍데기도 피를 흘리며 벗기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