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껍데기 22
오~ 어째 넌 그대로다!
얼마 전, 30년 만에 만난 동창 녀석이 한 말이다.
30년 전에도 이런 얼굴이었다니.
30년 전부터 이미 늙었다는 것이냐, 30년 동안 안 늙었다는 것이냐!
아니, 이 카디건을 아직도 입고 계세요?
타지에서 일다하가 오랜만에 사무실에 들른 후배직원이 15년간 입은 카디건을 아는 체한다.
뭐 이 옷뿐이겠냐. 그리고 얘기 들어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들이 꽤 많더라.
옷을 잘 만들어서 해지지 않는 것일까, 옷을 잘 입어서 해지지 않는 것일까?
요즘은 직원들한테 소리 지르지 않으시죠?
신입 때 군기 빠짝 들었던 후배직원이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며 농담을 건넨다.
난 특별히 소리 지른 적 없는데, 상대방은 소리 질렀다고 생각한다.
그럼 소리 지른 거다.
지금도 소리 지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20년 뒤 지금 신입직원한테 꼭 물어볼 일이다.
자기가 저녁밥상 좀 차려볼래?
아내는 더 이상 나한테 주말 저녁밥상 차리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음식물쓰레기도 내가 버리고 설거지도 내가 하며 식탁도 내가 닦겠지만
음식 만들기엔 영 소질도 없고 관심도 없다.
아내가 만들어준 음식을 항상 맛있게, 배 터지게 먹는다.
돼지가 스스로 여물 쑤는 거 봤냐. 돼지는 그냥 먹고 싶을 뿐이다.
사람 잘 안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