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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땐 샌드위치 한 입

다시 먹고 싶은 라오스 방비엥의 샌드위치

by 구르는 소

이번 여름휴가는 조용히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넘기다 보니 여행지에서의 여러 추억이 떠올랐다. 몸도 여기저기 아프다 보니 아플 때 먹고 싶은 음식이야기를 해보련다.




"여행 다니면서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은 무엇인가요?"

간혹 지인들과 여행 관련 얘기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최고로 좋았던 곳은 어디냐, 가장 맛있던 음식은 무엇이냐, 제일 곤란했던 순간은 어느 때냐 등의 통상적인 질문이 오가면서 여행추억을 얘기하다 보면 다시금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제일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라...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난 이렇게 대답한다.

"제일 맛있게 먹었다고 하기보다는, 다시 한번 꼭 먹고 싶은 음식을 꼽으라면...

전 라오스 방비엥 거리의 샌드위치를 뽑겠어요!"


어디 안 좋은 여행지가 있으려나. 모든 여행지가 기억에 남고 좋았다. 여행지 곳곳에서 먹은 음료수와 음식들은 맛있었고 그 독특한 맛과 향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비싼 값을 주고 먹은 고급 식당에서의 음식들도 맛있었고 길거리 좌판에서 오가다가 먹은 현지 음식들도 다 맛있었다. 뭐 '맛없음'은 기억 속에서 다 사라지고 내가 기억하고 싶은 '맛있음'만 살아남아 기억을 하니까 모든 음식이 다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중에 최애는 라오스 방비엥의 노상에서 파는 샌드위치인데, 죽기 전에 다시 가서 그 샌드위치는 꼭 다시 먹어 보고 싶다. 생빵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주로 불에 구운 바게트빵이나 식빵에 만들어 주니 토스트가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토스트든 샌드위치든 상관없다. 정말 맛있었다.

방비엥 샌드위치 가게.jpeg 라오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샌드위치 노점상들의 메뉴판 (인터넷에서 퍼옴)




한국인들이 아프면, 보통 죽을 먹는다. 그럼 서양사람들은 아플 때 무엇을 먹을까? 수프를 먹을까? 수프는 우리나라 국과 같은 개념이니 아플 때 수프를 먹을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플 때 미역국이나 황탯국을 먹기도 하니 말이다.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외국에 사신다는 분의 사연을 들었다.

"글쎄, 현지인인 우리 남편이 아프다면서 치즈 넣은 샌드위치를 먹고 싶데요. 한국사람은 흰 죽에 참기름 한 방울 넣어서 먹으면 그만인데, 이 사람은 버터로 살짝 구운 빵에 치즈 넣어서 달래니, 당최 이해가 안 되네요"

외국인과 갓 결혼한 신혼부부였던 것 같은데, 사연소개뒤에 공감하는 댓글들이 많았나 보다. 진행자가 서양에선 아플 땐 샌드위치를 먹는 모양이라며 신기하다는 멘트를 했었다. 뭐 서양인들이 아플 때 샌드위치를 먹는 게 일반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아플 때 종종 샌드위치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촉촉한 수분을 머금은 식빵에 가볍게 버터를 바른 뒤 얇은 치즈 한 장을 올린다. 그런 후 마요네즈를 식빵 네 곳 모서리와 한가운데에 살짝 찍어준다. 그리고 다른 식빵 한쪽을 위에 올린다. 그럼 아픈 내 삶의 힐링 샌드위치 완성. 뭐 별거 없다. 꼭 서양사람 아니어도 된다. 아플 때 먹어보면 소화도 잘 되고 힘이 난다. 미역국이나 황탯국 하고도 조합이 괜찮다. 입맛이 없거나 심하게 앓고 난 뒤에, 가볍게 먹기 딱 좋은 음식이 샌드위치다.



방비엥 샌드위치.jpeg 방비엥 거리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영혼의 음식이다. (인터넷에서 퍼옴)

라오스 방비엥에서 만난 샌드위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잘 달구어진 철판에 마가린을 듬뿍 두르고 바게트빵을 올린 뒤, 그 빵에 기본 야채를 넣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토핑들 이것저것 올리면 그만인 빵이다. 좌판에서 파는 음식이니 위생이야 뭐 크게 기대할 순 없지만, 그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전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그 줄에 선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더운 날씨 속에서 물놀이를 하고 난 뒤에 먹는 샌드위치의 힘이랄까? 간단한 음식이 관광지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귀중한 현지 상품이 되었다. 방비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그게 내 최애 여행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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