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큐 <백일잔치> 촬영 현장 스케치

영화주간지 '씨네 21'에 나온 도토리마을방과후

by 구르는 소

영화는 무엇일까? 찰나의 순간을 오랜 기간 많은 이들이 바라볼 수 있도록 기록장치에 붙잡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마을방과후 돌봄 교사들의 일상에 카메라가 비쳤다. 그것이 녹화되고 편집되었다. 영화제 출품되고 극장에서 상영되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방송이나 온라인 등에서 그 돌봄 교사들의 고민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란 이런 것인가 보다.


아내가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 (박홍열/황다은 감독, 이하 '나마교)에 얼굴을 내민 지 어느덧 3년이 되어 간다. 최근에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전문 주간지인 '씨네 21'에 관련 기사가 나왔다. 영화 관련 소식을 전하는 잡지이니 육아의 방식이나 부모교육 등 돌봄 정보를 알려주는 기사는 전혀 아니다. 나마교를 찍었던 박홍열, 황다은 감독이 후속작으로 찍고 있는 <백일잔치> 촬영 현장 스케치에 대한 기사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후 100일이 지난 도토리마을방과후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 중이라고 한다.

20250714_130513.jpg 영화주간지인 씨네 21 NO.1513 (2025.7.1~7.8)


영화제에 선 가족의 모습도 신기했는데 영화잡지에 나온 가족의 모습도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씨네 21 구독자인 친구가 잡지에서 기사를 읽었다며 기사링크를 아내한테 보내주었다고 한다. 사진에 얼굴만 잠깐 나왔을 뿐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기사링크를 아내는 나한테 보내주었다. 같이 일하는 교사 몇 명이 인터뷰를 했었다고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는데, 진짜 기사로 나왔나 보다. 직장 근처 서점 4군데를 돌아 과월호 실물잡지를 사서 아내한테 건네주었다.

영화잡지에 얼굴도 나오고. 우리 아내 성공했구나! 하하




누구나 들고 있는 카메라가 있다. 어떤 사람은 직장인으로서, 공무원으로서, 자영업자로서 혹은 크리에이터로서 각자의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살아간다. 그 카메라를 잠깐 다른 곳으로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원래 비추던 곳으로 금방 다시 돌아가야 하겠지만, 잠시 카메라 렌즈를 돌려보면 다른 광경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몰랐던 세상의 모습,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수많은 자연 속 장면들까지. 호흡한 번 다듬고 조금만 좀 더 이들에게 카메라를 비추어보면 어떨까? 어떤 변화상황이 벌어질까? 대부분 별다른 변화 없이 카메라렌즈를 다시 원위치로 돌릴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잠깐이라도 정해진 렌즈각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비추었다면 그걸로 당신은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변화의 첫발 말이다.


이왕 카메라를 돌린 거 좀 더 사회의 어려운 곳에, 소외된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약간 더 길게, 자세하게 비추어보면 좋겠다. 잘나고 부유한 사람들과 멋진 곳들은 대부분의 카메라가 비추고 계속 찍는다. 누군가는 대다수가 비추지 않는 곳도 좀 찍어줘야 하지 않을까? 볼품이 없을 수도 있고 시시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시간을 갖고 들여다보면 색다르게 다가오는 게 있지 않을까? 뭐 비추지 않아도, 찍지 않아도 삶에서 크게 잃을 것은 없겠지만, 얻는 것은 분명 있을 것이다. 어디든, 누구에게서든 볼거리와 배울 것들은 항상 있는 법이다.


기부자들을 통해 기부금을 모으는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기부와 봉사가 이와 같았다. 기부나 봉사를 하지 않아도 인생에서 잃을 것은 없다. 하지만 기부와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되려 많이들 얻어 갔다. 그래서 3번 정도 기부를 권면한 뒤 참여하지 않으면 나도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는다. 기회를 차버린 건 권면받고 참여하지 않은 상대방이지 내가 아니다. (브런치북 06화 발의 먼지를 떨어 버리라)

<백일잔치> 기사를 계기로 씨네 21 구독자들, 나아가 더 많은 이들이 나눔과 기부, 돌봄의 영역에 좀 더 자기의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어보면 좋겠다. 쓰고 빌려주면 풍성해져 땅 위에 가득해진다고 성경에 나와 있다.


20250714_130534.jpg


예전 '나마교' 영화가 돌봄 노동자인 방과후 교사들의 고민과 현실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소 주제가 무거웠던 모양이다. 이번 <백일잔치> 다큐멘터리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좀 더 많이 부각하려 한다는 얘길 들었다. 사회곳곳 돌봄 노동자들의 현실이 여전히 힘들지만 나마교 영화 속의 교사들과 아이들은 3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밝게 웃고 있다. 비전과 미션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힘들다고 웃음을 놓칠쏘냐. 그 안의 아이들도 똑같다. 여러 사람의 웃음과 사랑 속에서 계속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항상 웃음과 사랑으로 돌봐주어야 할 아이들. 그리고 이 아이들과 함께 웃고 뛰어주는 방과후 교사들. 이들에게 자기들의 '진짜 카메라'를 비춰준 두 감독부부에게 영화적 성취와 성공이 깃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