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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Nov 25. 2022

캄보디아 사건? 을 바라보며

빈곤 포르노 논쟁보다 해외원조 활동의 성숙도를 고민했으면~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G20 정상회담과 동남아시아 순방 중 부인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아동병원을 방문한 일을 두고 한국 정치계가 떠들썩합니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1주일이 지나 가는데도 여전히 정치 공방이 이루어지고 언론에서도 각종 기사와 각자 입장에서 쓴 기고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 국회의원이 사용한 '빈곤 포르노'라는 단어를 기점으로 논란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인데, 민간 시민단체의 활동가로서 저도 한마디 해보고자 합니다.

다만, 제 글은 저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지지정당과는 상관이 없고 김건희 여사 봉사활동에 대해 찬반의 글이 아님을 서두에 밝힙니다. 


어떤 계기나 사회적인 이슈 등으로 복지단체의 해외 구호활동이나 수혜자 지원이 관심을 받는 것은 환영할 만합니다. 구호활동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격려와 지지, 후원까지 이루어지면 현지 수혜자와 가정, 지역사회에 큰 도움이 되니까요. 그러나 관심의 초점이 도움을 받는 수혜자(클라이언트)에게 맞추어져야지 엉뚱한 방향으로 사업의 초점이 흘러가면 현지 수혜자나 구호단체, 구호기관에는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정치인들의 봉사활동에는 지지성향에 따라 갈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수혜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정치적 입장에 따른 상호 비난과 갈등의 언사들은 좀 자중하고 보다 본질적이고 어른스러운 논의를 진행해보면 좋겠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이번 캄보디아 프놈펜의 병원, 현지 아동 가정방문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한국 정부의 해외원조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책은 없으니 너무 아쉬울 뿐입니다. 경제력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자랑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지원은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기 때문이지요.


OECD에서 발간한 2020년도 데이터를 보면, 29개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 OECD 내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중 공적개발원조기금(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을 제일 많이 내는 내는 국가는 미국(355억 달러)이고 한국은 22.5억 달러로 16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국내총소득 (GDI) 대비 공적개발원조는 스웨덴이 1.14%로 1위이고 한국은 0.14%로 27위인데 0.3%대 육박하는 일본이나 헝가리보다도 낮습니다. 

영부인의 봉사활동을 잘했냐 잘못했냐로 싸울게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해외원조 활동의 규모와 질적 성장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이냐를 가열차게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언론은 '빈곤 포르노'라는 단어를 키워드 삼아 각종 기사들을 내면서, 정작 캄보디아 아동의 얼굴 사진과 가족들의 사진은 그대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이 아니어서 그대로 내보낸다는 얘기는 하지 않겠지요. 이것은 언론들조차도 아동인권 및 NGO들의 구호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저개발국가의 민간 가정인 만큼, 현지 아동에게는 마스크를 필수로 씌웠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촬영을 위해서 마스크를 벗었다면, 아이만큼이라도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사진을 내보내는 게 맞습니다. 가족들과 가정 내 모습도 마찬가지겠죠.  특히나 정치적인 갈등이 충분히 예상될 때에는 클라이언트가 불편해질 수 있기에 더더욱 다양한 상황을 예상해보면서 주의해야 합니다. 국내 정치적 논쟁에 따른 여러 언론보도에서 불필요하게 현지 가정상황과 아동의 얼굴이 계속 노출되는 게 썩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대통령실과 한국 사회의 진보/보수 언론 모두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일입니다. 

아이들의 얼굴과 주변 환경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김건희 여사의 실루엣만 활성화시켰으면 좋았을 텐데요.

국내 여러 해외 구호단체들은 클라이언트의 인권보호 방침을 만들어 각종 캠페인, 사업 진행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개인정보의 주체인 당사자에게 동의를 얻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사진 활용 시 가급적이면 대역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부득이하게 가정환경이나 얼굴이 공개되는 경우도 있으나 클라이언트와 보호자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 혹은 후원자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있지요. 구호단체들도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다소 부족한 모습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기본적 원칙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언론들도 받아쓰기식 기사나 단순 자료화면 전송을 지양하고 급하더라도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한번 더 고민하고 점검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후원금과 후원 문의가 넘쳐나고 있다는 현지 병원에 대한 걱정입니다.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의료지원을 하는 하는 병원에 국내 후원금이 답지하고 있으니 잘된 일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욱 많은 현지 아동들을 치료할 수 있으니 잘된 일이긴 하지요. 그러나 투명성과 지속성을 갖추어야 하는 비영리단체들에게는 그리 단순하게 좋아만 할 일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비영리단체들은 매년 자기들만의 예산 볼륨이 정해져 있습니다. 조직규모에 맞는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그에 상응하는 예산규모로 사업수행을 한다는 얘기이지요. 각종 보조금이나 후원금 등으로 1년에 1억의 예산을 사용하는 단체에 갑자기 2억의 예산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후원금이 늘었으니 마냥 기뻐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꾸준히 상승해야 조직이 성장하고 버틸 수 있지 갑자기 예산이 많아지면 다양한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가마다 다르긴 하지만, 국내에선 후원금은 상증세법상 3년 안에 모두 사용을 해야 합니다. 또 후원금은 각기 목적이 정해져서 그 목적 외 사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 치료비로 많은 기금을 받았는데, 빨리 써야 되니 일단 사람 먼저 많이 뽑고 시설 투자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거액의 모금도 쉽지 않지만, 거액의 기금을 사용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관리시스템과 회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비영리단체들은 갑자기 큰돈이 들어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예산 사용을 위해 인력 선발이나 사업기획도 쉽지 않고 수혜대상자를 갑자기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계속 다음연도로 많은 기금을 이월시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1억 규모의 사업이 2억 규모로 되었다가 2년 뒤 다시 1억 규모로 돌아가버리면 현지 수혜대상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해당 비영리단체도 문제지만 클라이언트 가정과 그 지역사회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외 구호활동 현장이 그리 간단하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부디 차분하게 현지 병원 및 구호단체들이 자기들 상황에 맞게 수혜대상자들을 장기적으로 지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국 사회가 깊이 있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특정 단어와 상황을 갖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무작정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보다, 우리나라 국격에 맞는 해외원조와 구호활동 프로그램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하고 수준 높은 토론과 정책 실현으로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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