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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Dec 12. 2022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소중함

보이는게 다는 아니다

오랜만에 기업 사회공헌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연말이면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기업들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이벤트가 많아지는데요. 그러다 보니 사회복지기관들의 담당부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도 합니다. 해당 기업을 담당하는 본부와 물품 전달을 맡은 현장 지부가 연합하여 봉사활동을 기획/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지난 금요일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본부의 사회공헌 파트에서 떠난 지 오래되다 보니 기업의 임직원 봉사활동에 같이 참여할 기회가 그동안 많지 않았네요. 사회공헌파트의 첫 팀장을 했었는데, 앳된 후배들을 보니 옛날 기억도 나고 재미있었습니다.


멋진 전망을 가진 기업 사옥에 가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만들고 왔습니다.

연말이면 모든 조직이 바쁩니다. 바쁜 업무 가운데,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은 시기에, 혹은 개인적으로 휴가를 가는 연말에 회사가 별도 기금과 직원의 업무시간, 직원들이 개인 활동을 봉사 프로그램에 할애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위기가정의 어려운 여아들을 위해 생리대 등 여성위생용품 Kit 500박스를 포장해준 기업 임직원 여러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이번 여아 지원 위생용품 Kit 포장을 위해 방문한 곳은 여의도에 위치한 parc1 빌딩에 입주한 기업입니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건물 내부도 깨끗하고 여의도와 한강을 아우르는 전망이 너무 멋지더군요.

이 기업의 여직원분들로 구성된 수평선회라는 직원 동아리에서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기업에서 많은 기금도 지원해주어서 위생용품 Kit 500박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여아들에게 잘 지원되도록 하겠습니다.

봉사활동 계획을 잘 짜고 진행해서 그런지, 정해진 시간에 큰 문제없이 행사를 마쳤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19층 강당에서 화물 엘리베이터로 지하 1층 주차장까지 포장된 물품 박스를 옮기려는데, 2개의 화물 엘리베이터가 만원이라 1시간여 동안 물품이 내려가지 못한 겁니다.

화물 엘리베이터가 크고 2개나 있어 바로바로 물건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지요.


금요일 오후 59층이나 되는 빌딩의 화물 엘리베이터 2대가 왜 그리 붐볐을까요?


대형 빌딩들을 오가는 임직원과 일반인들은 보통 현관 로비의 공용 엘리베이터, 또는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합니다. 요즘 최첨단 빌딩은 고층과 중층, 저층부만 오가는 엘리베이터를 구분하여 운영하기도 하죠.


그럼 일반인과 일반 직원들 말고 사무환경과 관련된 인력들은 어떻게 각 층을 다닐까요?


빌딩을 수시로 돌보는 관리직원들, 다양한 분야의 수리기사, 점검 요원, 청소직원, 택배기사, 각종 배달직원, 편의시설 종사직원 등이 바로 staff only의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합니다. 이런 분들이 끊임없이 지하 5층에서 59층까지 움직이기에 일반 사무실이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이지요.

빌딩 안의 사무공간은 평온해 보이나 기반시설을 움직이고 관리하는 인력 및 여러 서비스 인력들의 활동은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각 분야의 업무 교대와 퇴근이 겹치면서 50여 개가 넘는 층에 엘리베이터가 계속 서다 보니 중간층에선 많은 화물을 싣기가 힘든 상황이었던 겁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모르는바 아닙니다. 처음으로 알게 된 것도 아니고요. 다만, 일반적인 생활을 하면서, 잘 보지 못하다 보니 평상시엔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복도 앞에 몰려있던 물품 박스를 헤치고 나가 화물 엘리베이터 안의 많은 근로자분들을 보면서, 새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주시는 분들이 꽤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거대한 빌딩에 저분들이 없다면, 사회 곳곳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없다면 우리의 평온한 일상생활이 가능하겠는가라는 감동을 다시금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게 아니죠.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란 얘기입니다. 


다행히 1시간 정도 지나면서 퇴근 상황이 좀 마무리되었는지, 화물 엘리베이터 사용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물품 상차작업도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애쓰심과 수고로움을 알고 그에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면서 살아야 하지요. 화물 엘리베이터가 없어 일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엔,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여러 인력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합니다.

계단을 이용해 오가시는 분들도 많으니 그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금 기다려 줄 수 있는 배려심도 가져야 합니다. 이분들의 수고로움에 합당한 보상과 처우가 이루어지는 사회체계를 갖추도록 꾸준하게 지원하고 응원도 해야겠지요. 


아울러 바쁜 시간에 묵묵히 자기 시간을 할애해준  임직원과 공간/기금을 지원과 기업,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한 복지기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물품 제작과 발송을 위해 애써준 물류기업까지 모두 다 보이지 않게 수고해 주신 분들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해내는 모든 사회 구성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연말에 다들 행복함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한 건 했으니 이번 연말에 행복하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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