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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6. 2023
돈만 버는 AI 아빠는 싫다
이 시대 아빠들, 가장들 파이팅!!!
"코로나에 확진됐다고 아내한테 전화하니까 '나가'라고 하더라고"
최근 코로나 격리를 끝낸 상황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니 코로나 관련 얘기가 대화의 주제로 나왔다. 모임에 나온 친구도 최근 코로나에 걸려서 한 주간 격리를 했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확진판정 후 아내한테 들은 말이라 하여 서로가 씁쓸하게 웃었다.
학교에 아이들이 다니고 있고 시험기간이었기에 혹시라도 아이들한테 코로나를 옮길까 봐 아내는 걱정을 했던 것이리라. 친구가 재미나게 이야기를 하느라고 단편적으로 이야기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친구로서, 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마냥 웃으면서 들어주기는 안타까웠다. 급하게 격리할 장소를 구하느라 서울인근의 저렴한 모텔을 찾아 하루 3만 5천 원에 라면을 제공해 주는 곳에서 1주일간 혼자 격리생활을 했다는 얘기에 속이 쓰렸다. 확진받은 후 아이들 때문에 집에도 못 들어가는데 돈아끼겠다며 외곽의 저렴한 모텔을 찾아갔다니....
5성급 호텔은 아니어도 비즈니스호텔이라도 가서 한 주간 여유 있게 쉬지 그랬냐며 한마디 건네긴 했지만, 이 시대 아빠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서글펐다.
다른 친구도 한마디 거둔다.
"내 동생도 코로나 확진되었을 때, 아내가 가족들한테 전파되면 안 된다 해서 그날 주차장 차 안에서 하룻밤 혼자 잤어. 그다음 날에 혼자 방 잡고 격리생활했거든. 애들 안 걸려야 한다는데 어쩌겠냐. 혼자 병치레하고 빨리 나아서 돈 벌러 가야지"
내 품 안에 있던 아이들은 사춘기가 오면서 떨어져 나간다. 그나마 학업이나 교우관계는 엄마들하고 대부분을 얘기하니 아빠들은 가정에서 점차 설자리가 없어진다. 직장에선 한창 일할 때니 야근도 많고 출장도 많다. 열심히 일하다가도 위에서 치이고 아래로 밀리면 마음이 오갈 데가 없다. 한 달에 한번 들어오는 월급은 바로 아내와 은행한테 빼앗기고 밤늦은 퇴근 후 맞아주는 건 강아지밖에 없다니 4~50대 아빠들 정말 불쌍하다. 어느새 돈만 벌어오는 AI(생각은 하니 돈만 버는 기계는 아니고 돈을 버는 인공지능 같다)가 된 거 아닌가? 밤에 아내와 한침대에서 자면서도 섹스리스 부부들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인들의 생활모습이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넌 그래도 아내랑 친밀하게 대화도 하고 다 큰 아들이랑 이야기도 하니 된 거야. 코로나 격리를 집에서 한걸 행복이라고 여겨라"
헤어지면서 내게 친구가 한마디 해주었다.
난 행복하다고 생각해야 했나 보다. 거실에서 마스크 안 쓰고 TV 본다고 아내한테 잔소리 들을 때 '안 걸리고 싶은 사람들이 마스크 써야지!'라면서 내 집에서까지 마스크 쓰고 어떻게 격리를 하냐고 대든 나 자신이 우스워보였다. (대단해 보였던 것일 수도~) 아내와 셋째가 같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그 둘은 격리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며 안방에서 스스로를 격리하고 거실에 나올 때면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왔다. 코로나 전파력 많이 낮아져서 환기만 잘 시키면 된다는 핑계를 대고 난 거실에서 마스크를 잘 쓰지 않았던 터였다.
아이들 감염걱정보다 내 답답함 해소가 먼저였던 나는 간이 배밖으로 나온 사람이었나 보다. 꼬박꼬박 아내와 식구들이 밥도 차려주고 간식도 만들어주고 했는데 축복받은 거였구나. 난 참 행복합니다~^^
외부 격리된 곳에서 혼자 격리생활을 해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친구들의 이야기가 낯설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1주간 격리생활을 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이 참에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난 왜 집에서 가족들한테 여러 민폐 끼치며 격리생활을 한 것이던가...
이거, 행복한 사람의 넋두리인가?...
저렴한 모텔에 갈 비용조차 없어서 그냥 집에 있었던 것일 수도..^^
이 시대 모든 아빠들 파이팅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