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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Jun 06. 2023

현충일, 커피 한잔 할래요~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떠오른 에티오피아 출장의 추억


현충일 아침, 길을 걷다가 우연히 에스프레소바(bar)에 들렀다.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을 들이켜니 아직 잠에서 덜 깬 정신이 맑아진다. 잠시 민족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께 묵념을 한 후, 커피 한잔 들이마신다.  

작년 현충일에는 하루종일 비가 왔는데, 올해는 날이 흐리기만 하고 비가 잠시 흩날리기만 했다.  맑으나 흐리나 커피 마시기에는 차분한 마음이 드는 하루이다.


아무도 없는 에스프레소바에서 커피를 마시다 보니 다시금 원두커피를 마시게 된 에티오피아 출장이 떠올랐다.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원래 믹스커피만 마셨지, 쓰디쓴 원두커피는 잘 마시지 않았던 터였다. 군대에서 믹스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던 그 달콤한 기분에 중독되어 있었을 수도...


과거 업무차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방문한 마을마다 현지 주민분들이 직접 커피콩을 갈아서 2~3시간 커피국을 끓여주었다. 그 진한 커피국을 연거푸 마시다 보니, 귀국 후엔 아무렇지 않게 원두커피중독자가 되어 있었다. 더 이상 믹스커피가 맛있지 않더라는... ㅎㅎ

외부 손님들을 위해 마을주민분들이 저렇게 숯불화로로 커피콩을 2~4시간 정도 계속 끓인다.
에티오피아에서 마신 커피국(?)과 튀긴 커피원두콩.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원두커피로 기억된다.




에티오피아(현지에선 이디오피아라고 하는 거 같다)는 과거 6.25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에 보병대대 1개와 병력 1,200여 명을 보내준 고마운 나라이다. 실제 전투에서 용맹함으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도 한다. 지금은 세계 최빈국중의 하나라서 안타깝지만, 경제성장을 거둔 우리나라가 꾸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나라이기도하다.


INGO에서 근무하며 해외아동 결연과 지역사회개발 지원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다녀왔던 에티오피아 출장이었다. 현지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보니 우리나라의 에티오피아 지원사업이 대부분 한국전쟁에 파견된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언론에 나오는 대부분의 기사들도 국내 어떤 기업이나 주요 인사가 에티오피아를 방문해서 참전용사마을을 방문했다거나 참전용사와 그 가족에게 이러저러한 도움을 주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어려웠을 때 도움을 받았으니 잊지 말고 두고두고 은혜를 갚으며 살아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니 언론사나 우리 국민들도 이런 훈훈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쨌든 한국전쟁당시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을 계속 지원하고 돌보는 일은, 국경을 떠나서 우리가 지속해야 할 인류애적 사명임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현장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ngo직원으로서는 기금의 효율성과 사업의 효과성을 위해 고민이 들 수도 있겠다. 참전용사와 그 후손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매번 한국에서 오는 후원기금이 이분들만을 위해 지정되어 송금된다면 현장활동가들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에티오피아에서 다양한 지역과 분야로 해야 할 일은 많을텐데, 한국에서 오는 후원자들은 매번 참전용사만 찾는 다면 이게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고민이 들것이다.  


언론사도 기사의 방향이 바뀌고 우리 국민들의 후원/지원방향도 조금씩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에티오피아를 도웁시다!' 하면 단순히 참전용사 돕는 것을 떠나서, (그건 당연히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나가야 할 방향이다) 이제는 좀 더 시야를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 국민들이 잘 살고 있는지, 어려움이 있는지,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에티오피아내 티그라이전쟁은 왜 발생했고 이로 인해 생겨난 난민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난민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살펴야 하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에티오피아산 커피원두를 통해 적정한 경제적 혜택이 현지에 돌아가는지 착한 소비활동에 참여도 해보자.

에티오피아내 아직도 만연한 조혼풍습 방지와 부족한 교육인력의 수급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면 어떨까.

에티오피아를 위해 후원이나 기금을 조성할 때, 100% 참전용사 지원만을 지정하지 말고 한국 내 에티오피아인들과 관련된 복지사업, 현지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서도 기금이 쓰이도록 골고루 나누어 지정하는 팁을 써보면 좋겠다.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활동가들과 현지 직원들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것도 잊지 말고 명심해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의 행복한 삶이 선대에 귀중한 목숨을 바치신 국내외 순국선열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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