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고통의 일정들

식스센스여행기 12 - 아들입장에서 쓴 식스센스 여행기 / 아들편 2

by 구르는 소

나이가 들어 세상속으로 들어가기전까지 아이들의 세계관은 '부모'와 '가족'에 머무른다. 함께 살면서 같이 밥을 먹는 가족들에게 영향을 받고 아빠엄마의 말과 행동습관을 배운다. DNA만 부모를 닮는게 아니고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부모와 자식간에 닮아간다. 부모의 생활습관이 자녀들의 성격과 습관을 만들어 가는데 자칫 이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많은 간섭을 행하는 부모들이 있기도 하다.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이 자녀에 지나친 간섭과 억압으로 이어지는 당위성이 되지 않는다. 균형잡힌 사고가 필요하다. 어린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다보면 나의 모습을 아이들을 통해서 만나기도 하니 아이들에게 어떤 감각과 경험을 쌓게 해주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가족해외여행의 묘미라 하겠다.


아이들이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할때, 무엇을 기대할까? 부모들이 기대하듯 여행지의 새로운 풍경들과 먹거리들, 다채로운 놀거리와 재미난 프로그램들, 여행지의 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요런 것일까? 아이들의 연령대별로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교 입학전까지는 자연속에서의 소소한 볼거리들과 부모와 함께하는 체험놀이 등이 아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면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의 신기함에 집중을 할만하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서는 여행지의 다양한 역사문화적 배경에도 관심을 갖고 여행지 특성에 맞는 다이내믹한 활동들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전 연령대별로 관심을 갖는 프로그램을 짜도 좋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과의 여행에선 재미가 빠져선 곤란하다. 아이들이 흥미와 관심을 가질, 재미꺼리들을 챙기는 일정관리가 필요하다.


사본 -IMG_5916.jpg 오사카의 한 신사를 나서자마자 카메라 앞에서 장난치는 아들. 신사의 엄숙함이 견디기 어려웠나보다.


만 3살때부터 해외로 가족여행을 간 아들은 줄기차게 '물놀이'와 '음료수'에 집착했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그렇듯 아들도 어렸을때부터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국내 축제장소에 가서도 분수대나 물놀이 풀장이 있으면 혼자라도 들어가서 놀아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 아들을 위해 해외 숙박지를 고를 때, 작은 수영장이라도 있는 곳을 선택하려고 했다. 잠자리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아빠랑 잠수도 하고 동생들과 물장구를 칠 수 있다면 아들은 엄지척을 해주었다.


해외여행때 좀 더 신나게 놀기 위해서 평소 수영을 배우러 집근처 복지관을 혼자 다니기도 했다. 해외 민박집들의 풀장은 1.7m~2m 정도의 깊이를 갖고 있는 곳들이 꽤 있다. 자기 키를 훌쩍넘는 곳에서 아빠랑 물놀이를 하고자 수영을 열심히 배운듯하다. 덕택에 수영실력이 좋아졌고 지금은 깊은 바다에서도 겁없이 헤엄치며 놀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사본 -20170803_094420.jpg 라오스 방비엥의 한 숙소에서. 풀장의 물이 빗물인지 수도물인지 모를 정도로 탁했지만 일단 물이 있으면 들어가고 본다.


땀이 많아서인지 아들은 어렸을때부터 물을 많이 마셨다. 침과 땀으로 범벅이 된 수영장 물까지 먹어대서 매번 혼이 날 정도로 액체로 된 것들은 마시는데 거부감이 없었다. 홍콩의 습한 더위에 짜증을 내다가도 길거리 과일쥬스를 사주면 다 마실 30여분동안 군말없이 여행지를 따라 다녔다.


이런 아들에게 여행지의 재미는 새로운 음료수에 도전해보는 것이었다. 필리핀 노상의 망고쥬스는 환상의 맛이었고 말레이시아에서 두리안 음료는 죽음의 맛이었다. 스페인 마트에서 맛본 오렌지쥬스는 신세계였다. 일본 편의점에서 만난 오후의 홍차 밀크티는 인생음료가 되었다. 중국 칭다오의 칭다오맥주공장에서 엄마의 허락하에 맛본 시음맥주는 청량함 그 자체였다. 10대 후반이 되니 현지에서 이것저것 자기가 선택한 음료수들을 맛보고 미각을 가슴속에 넣은 듯하다.


성인이 된 아들이 지금 만들어 주는 비알콜성 칵테일은 모두 맛있다.


집착에 재미만 있었을까? 고통도 뒤따랐다.

아들은 어렸을때부터 중이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집근처 이비인후과에 모두 아들의 진료챠트가 있을 정도로 꾸준히 병원을 다녔다. 비행기를 타고나면 귀가 먹먹해서 잘 안들린다고 했고(여행중에는 혹시라도 놀지 못하게 될까봐 매번 괜찮다고 얘기한 것을 나중에 알았음) 심한 물놀이 후에는 귀가 아퍼서 진통제를 먹고 남은 여행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귀가 아파도 꼭 물놀이를 하고 싶어 해서 매번 여행때 상비약을 꼼꼼이 챙기며 다녔다. 병원에서도 어린 아들에게 '넌 귀가 안좋으니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야해'라며 항생제 처방을 받아 버티곤 했는데, 이후 이비인후과 명의를 만나 아들 귓병을 말끔히 치료받았다. 초등학교 졸업이후 지금까지 귀아픔없이 수영도 잘하고 여행도 잘 다닌다.

[꾸미기]사본 -20170804_203255.jpg 여행중 리조트급의 숙소에서 묵곤 했는데, 8월 8일이 생일인 아들은 리조트측에서 예상치 못한 축하를 받곤 했다. 물론 숙소측에 미리 아빠가 메일을 보내서 요청해둔 덕분이다.


많이 마시니 땀도 많다. 땀이 많으니 많이 마시는 것인가? 이유야 어찌되었든지간에 많이 마시니 음료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게 사실이다. 음료수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 아들은 땀도 많이 흘렸다. 조금만 많이 걸으면 양말이 축축할 정도도 땀이 나고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도 땀이 찼다. 여행중 활동적인 체험을 위해서는 여벌의 옷은 필수였다. 매년 가족해외여행을 간 시기가 8월초 한여름이었고 주로 한국보다 더 더운 나라들로 여행을 갔으니 아들이 땀으로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기도 하다. 특전사 출신의 아빠는 그까짓거 견디면 된다며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축축함을 싫어하는 아들의 성격을 할머니가 잘 이해해서 매번 아들의 여행옷을 챙겨주셨다. 할머니의 여행친구가 되어 할머니를 잘 챙기는 아들이 된 이유이다.

땀과 냄새를 예방하기 위해 항상 샤워하고 옷도 잘 챙겨입는 아들의 습관이 여행을 통해서 형성된 거 같기도 하다. 패션모델이 되고자 노력하는 아들이 일단 옷을 잘 입어주는 습관은 익혔으니 다행이다.


쿠알라룸푸르의 게스트하우스내 루프탑수영장. 비싼 돈을 들이지 않아도 아빠의 의지만 있으면 괜찮은 수영장이 있는 저렴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고 잃다보면 또 얻기도 한다. 살다보니 잃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잃는데 얻는 것은 행동하지 않으면 얻지를 못한다. 고통은 일상 생활에서 매번 느끼지만, 재미는 특별한 일상에서 획득한다. 힘들어도 떠나보자. 가족들과의 행복과 재미가 훨씬 더 큰 보람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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