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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나올 때 우린 들어간다

INGO 직원들의 긴급구호활동

by 구르는 소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이해욱 전 한국통신(현 KT) 회장님이 한국인 최초 240개국을 여행했다고 하죠. 이분이 2011년 192개국을 여행하고 책을 출간하신 적이 있는데, 이 당시 이분이 가보지 못한 여행국가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입니다. 당시 전쟁 등으로 정부가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당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정부 허가를 받고 들어간 한국인들이 있으니 바로 NGO 직원들입니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현지 주민들을 지원하고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활동을 하기 위해서이지요.

여행과 NGO의 긴급구호활동을 비교할 순 없지만, 남들이 재난과 전쟁 등으로 빠져나올 때, NGO 직원들은 들어갑니다.


강한 지진이나 해일, 태풍, 대규모 산불 등의 재난상황과 전쟁과 테러 등의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수많은 이재민들과 피난민들이 발생합니다. 주요 기간시설복구와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은 정부대 정부로서 이루어지지만, 현지에서도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경제력이 낮고 국토개발이 많이 안된 저개발국가들일수록 이런 재난상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 지구적 재난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그 안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긍휼히 여겨 이들에게 향하려는 NGO 활동가들이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한 국가에서 감당하지 못할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INGO(International NGO)들은 내부 기준에 따라 피해규모별로 긴급구호활동의 범위를 정합니다. 단순히 기금과 물품을 지원하는 단계에서 현장에 직접 구호 및 지원인력을 파견하는 단계까지, UN과 어떤 순서로 무엇을 협력할지 등이 단계별/상황별로 정해져 있습니다. 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지 NGO나 기업체, 선교사들과 연대하여 진행하고 현지 지부가 있다면 현지 직원들을 사고 현장에 파견합니다.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INGO는 국내에서 긴급구호 모금을 벌이면서 국내 전문가 그룹을 현장에 파견하여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각 단체의 미션과 사업성격에 맞게 구호활동을 펼칩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NGO들의 구호활동의 특색을 보면, 대규모 물탱크를 지원하기도 하고 숙박용 텐트만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곳도 있습니다. 트라우마에 처한 어린아이들을 위해 소형 극장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심리치료 전문가를 파견하기도 하고요. 활동가들의 교통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NGO도 있습니다.


재난상황이 벌어지면, 현장은 어떨까요. 개인위생이나 생필품이 당장 필요한 건 당연하고요.

일단 어떤 상황이든 노인과 아이, 여성들이 제일 취약합니다. 우선적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의식주를 기반으로 이들 취약계층을 향한 기본적인 보호 프로그램이 기획됩니다.

사망자가 많은 곳에선 정신적, 육체적 안전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족들의 사망과 행방불명으로 남아있는 현지 주민들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고, 각종 감염병/전염병이 돌기도 하니 현지인들과 활동가들 모두 개인위생관리가 아주 중요합니다.

일정 금액 이상 목돈과 여러 장비들을 갖춘 NGO 활동가들의 안전과 이들이 묵는 숙소의 보안도 매우 중요합니다. 활동가들의 치안을 확보하지 못하면 긴급구호활동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지에서 파견인력들과 연락이 두절되어 생사를 알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현장의 온갖 물가가 급등합니다.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INGO가 현장 물가를 들어 올린다는 비난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여러 이유로 물가가 급등하니 NGO 활동가들이 예민해집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대한 많은 이들을 도와야 하니까요. 긴급구호물자를 현지인들에게 배분해줄 때는 많은 통제인원과 배분 경험이 필요합니다. 섣불리 배분에 나섰다가 약탈을 당하거나 현장의 폭동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으니 세심한 계획이 요구되는 분야이지요. 필요한 경우, 현장의 경찰이나 UN군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전쟁에 나갈 때 군인들이 유서를 쓰는 것처럼, 해외 긴급구호활동에 파견되는 NGO 활동가들도 유서를 쓰기도 하며 주변 상황을 정리해놓고 파견을 나가기도 합니다. 전 지구적 인류애가 없거나, 자기헌신의 사명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냥 오지여행가로 해외에 한번 가보고,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먹고살려고 INGO에 입사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NGO 활동가로 파견될 순 없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받은 소명에 내가 속한 기관의 비전과 혼연일치가 되어 지구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진 훌륭한 인재들이 NGO 활동가로 많이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빠져나올 때, 우리는 들어간다. 이게 INGO의 활동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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