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나 사회복지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비영리기관의 마케팅을 얘기하면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제가 한창 모금 부서에서 일할 때에 마케팅을 얘기하면 저희 기관의 신입직원들조차 생소한 단어라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지요. 마케팅이 뭐... 핸드폰이나 자동차 파는 회사들에서만 쓰는 용어는 아닙니다.
비영리기관의 종사자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영리 기업의 마케팅이 더 쉬워 보입니다.
워낙 영리 쪽은 산업이 오래되고 전문화되었기에 팔려는 제품의 밸류체인을 구성하기가 쉽고 명확합니다. 비영리는? 파는 게 제품이 아닙니다. '가치'와 '사람'을 바탕으로 후원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기에 쉬운 일이 아니고 관련된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마케팅이라고 이름붙이기도 거북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까이꺼 대충~ 했다가 사라지는 모금 아이디어와 콘텐츠들이 정말 많습니다.
겨울철이면 거리에 등장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있습니다. '연말에 그냥 거리에 자선냄비 통만 설치하면 돈 들어와~' 이런 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단순하게 일하는 NGO 활동가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자선냄비 모금 프로그램도 아주 고도화된 마케팅 기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10년의 냄비 통 동전 투입구와 지금 냄비 통 동전 투입구 크기가 같을까요?
더 이상 현금을 쓰지 않는데, 거리에서 어떻게 모금을 할까요?
새 학기가 되면, 학교현장에 지구촌 어린이들을 돕자는 굿네이버스의 희망편지 쓰기 대회가 열리는데요. '그거 그냥 편지 쓰고 후원하고 싶을 때 조금 성금내면 되는 거 아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만, 이 희망편지 쓰기에도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동원됩니다.
작년엔 편지지가 3면이었는데 올해는 2면이네. 왜 그럴까요?
아이와 함께 편지를 쓰고 나서 후원도 같이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도 케이블 TV 광고에 INGO들의 비슷비슷한 후원광고가 나온다고요? 후원요청 방송 프로그램이 유사하다고요? 각 모금기관들이나 방송사들의 방송 내용 하나하나 뜯어보세요. 현장의 아이들은 누가 어떻게 찾아서 어느 방법으로 촬영을 했을지, 저 연예인은 어떤 이유와 어느 경로로 저길 갔을지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세요. 같은 상황이 단 1도 없을 겁니다.
온라인 포털이나 기부 플랫폼 등에서 지나쳐봤을 여러 어려운 이웃들의 사례. 이 이웃들의 사례조사는 누가 어떤 과정으로 했는지, 사진 속 이미지중 내 마음속에 잔잔히 남는 사진은 어떤 사진인지, 관심을 갖고 보이면 비슷비슷해 보이던 것들의 다름이 보이고 이해도 됩니다. 온라인 포털의 기부 시스템과 기부금액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업과 NGO 활동가들의 협업은 얼마나 치열했을까라고 생각해본다면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나올 것입니다.
사진 속 이웃들에게 여러분들이 진심으로 감동하길 바라면서 응원의 댓글과 좋아요 버튼을 누르게 하고 소액의 포인트와 기금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활동가들이 비영리에 있습니다.
각종 모금 이벤트와 이슈별 모금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하고
이런 모금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으로 디자인해서 준비하여 론칭하고
방송이나 셀럽, 언론들을 섭외해 대중적 홍보 기제와 모금 플랫폼을 확보하고
법적으로 모금 진행과 사업수행에 문제가 없는지, 상처받는 사람은 없는지 점검하고
기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수수료를 몇%로 협상해서 더 많은 기금이 이웃들에게 전달되게 하고
1만 원씩 일정 금액이 매달 자동이체로 기부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동의와 금융정보를 모으고 보안화하고
1천 원, 1만 원 소액기부자들의 기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가는지 추적하고
10% 내외 각 행정비 포션 관리를 종합적으로 모아서 회계적으로 정산해내고
후원자들의 기부 내용과 기금 사용현황을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해주고
후원자들이 후원금에 대해 연말정산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업무들이 비영리 마케팅의 영역에 있습니다.
이를 한두 사람이 하는 경우도 있고 대형 NGO의 경우, 아주 세분 화해돼 있기도 합니다.
실무인력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업무량이 많고 복잡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훔쳐 모금을 한다는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철 가두모금 시엔 냉기가 뼛속까지 올라오고 무거운 모금함이나 편지지 등은 팔과 허리 통증을 동반합니다. 온라인으로 하는 활동 등도 어깨와 눈 등의 피로도를 가져오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요.
그런데, 너무나도 가치 있고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보람이 있는데 하다 보면 재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