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로 야채죽을 먹던 시절, 비슷한 돼지우리에서 고기죽을 먹던 선배가 있다.
"갑자기 야채가 좀 필요해. 그 야채좀 빌려주라"
고기죽 먹는데 야채가 필요했나... 나도 고기죽이 먹고 싶었지만, 내 야채죽 조금을 건넸다.
얼마후 그 선배는 더 큰 돼지우리로 이사를 갔다.
들리는 말로는 항상 야채 듬뿍 섞인 고기죽을 먹는단다.
한참 뒤, 그 선배의 큰 돼지우리에 들렀다가 야채 듬뿍 섞인 고기죽을 먹는 선배에게 물었다.
"그 때 야채죽은 언제 갚을거요?"
"내가 야채없이는 고기죽이 소화가 안돼서 야채가 항상 모자르다. 넌 이 야채 안넣어도 고기죽 잘 먹지?"
고기죽 매일 먹는 이 사람아. 너의 껍데기는 구워도 그다지 맛이 없겠다.
오래알았다고 친구로 남진 않는다. 가끔 연락오면 인사는 하지만,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돼지동료가 카톡을 던진다.
"내 돼지동기랑 꿀꿀이죽 먹으러 갈건데 시간되면 와라. 시간 안되면 안와도 되고"
약속없어도 안간다. 내가 안와도 된다고 생각하는 돼지들하고 머리쳐박고 꿀꿀거리기 싫다.
마치 나한테 큰 관심가져주는척, 챙겨주는 척하지 말아라.
내 속마음은 예전과 그대로지만, 밖에서 보여지는 껍데기는 바뀌었고 두꺼워졌다.
말한마디가 역사를 바꾸는 법이다.
와도 그만, 오지 않아도 그만인 곳엔 안간다.
내 돼지우리에 함부로 들어올려고 하지 말아라.
음식만 남고, 싫은 사람은 다 사라져라.
너희들 빼고, 나만 맛있게 먹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