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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Oct 03. 2023

'어른'이 되어 간다

2023년 개천절 단상 -  더 행복하고 함께 사는 대한민국으로~

작년 개천절에도 브런치에 글을 썼다. 작년엔 비가 온 모양인데, 오늘은 쾌청한 가을날씨 물씬 풍기는 개천절이었다. 개천절이 내게 특별하게 의미있는 날은 아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개천절에 왜 다시 글을 쓰게 되나 생각해 보니 연휴가 이어지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서인 듯싶다. 직장인이 국경일에 쉬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진지하게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는 걸 보니 어른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개천절 아침, 친구가 카톡으로 사진을 하나 보내줬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한창인데, 며칠 전에 있었던 북한과의 여자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북한의 조선 TV 방송화면에서 우리나라를 '괴뢰'라고 표기했다는 방송화면 캡처사진이었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괴뢰'라는 톡과 함께.


예전엔 우리도 북한을 '북한 괴뢰정권, 괴뢰군'이라고 불렀다. 괴뢰라고 해서 어감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괴뢰라는 뜻은 꼭두각시 놀음에 나오는 인형, 남이 부추기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자로도 허수아비/꼭두각시 '괴'와 '뢰'를 쓰니, 말 그대로 남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남과 북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강대국들의 조종이나 받는 '괴뢰'라며 상호 비방하고 있으니 한반도에 나라를 연 단군할아버지의 마음이 지금 어떨지 가늠이 안된다. 불과 5년 전에 우리 대통령이 휴전선을 걸어서 넘어 가고 남북단일팀이 올림픽에 참가했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안타깝기만 하다.  


추석 명절과 맞물려 개천절까지 긴 연휴가 있었던 탓에 지인들과 문안인사도 할 여유가 있었다. 지방의 아동인구 소멸속도가 엄청나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은 소도시에 내년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예상 아동 숫자가 40%나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아동을 대상으로 한 관련 사업의 대폭 축소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방인구의 소멸속도도 문제지만 특히 아동 숫자의 감소는 바로 그 영향을 체감할 정도라고 하니 큰 걱정이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가면 77년 뒤인 2100년에 우리나라 인구가 2천만 명 내외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진짜 '집단적 자살사회로 달려가는 형국'이다. 단군할아버지가 홍익인간이라는 큰 뜻을 품고 나라를 열었건만 이제 민족의 존망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반만년 역사에서 70년의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긴 시간 동안 외침도 많았고 동서로 나뉘어 혹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다투고 화해하면서 살아온 한민족이다. 안팎으로 오랜 기간 전쟁을 하면서도, 나라 이름은 바뀌면서도 한민족은 없어지지 않았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키우며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꾸준히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니 결국 현재 대치중인 남과 북은 다시 합칠 것이며 곧 없어질 것만 같은 아이들의 울음소리도 다시 여기저기 울리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소식들과 아쉬운 마음이 많은 개천절이지만 여전히 역동적이고 활기찬 국민들이 있고 건전한 시민들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이다.


작년엔 비가 왔지만, 올해는 너무나도 맑은 하늘의 개천절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또다른 반만년 역사에서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겠지. 부디 서로가 서로를 믿으며 존중하면서 싸우지 말고 다투지 않으면 좋겠다. 같은 민족끼리, 같은 형제끼리, 남자와 여자/어른과 아이 모두  같은 사람끼리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길 바란다. 여기저기에서 더 행복하고 멋진 소식들이 계속 많이 들려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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