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행복

세월이 지나도, 대중목욕탕.

변함이 없던 그때의 감각을 다시 만났다

by 이경


아주 어렸을 적 이용한 공공시설 중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았던 곳이 있다면 대중목욕탕을 1순위로 뽑을 수 있다.


지금까지도 떠오르는 장면은 조금 부끄럽지만 여탕에서의 일이다.

유독 어릴 적 나를 예뻐하셨던 큰 엄마께서 목욕탕에서

나를 씻겨주셨는데 내 조그만 발에 난 검정 점을 무언가

묻은 걸로 굳게 믿으시고는

때타월로 박박 밀어주시던 때. 왜 점이라고 말도 못 하고

순딩하게 큰엄마의 오해를 빨리 풀어드리지 못했을까.

이윽고 내 발등에 있는 건, 점이라는 걸

여기에 점이 있냐며 폭소하시던 기억이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있다.


목욕을 마치고 나면 항상 엄마는 마실 것을 먹겠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그때마다 시원한 바나나 우유를 택했다. 그때의 맛은 또 얼마나 꿀맛이던지. 지금도 목욕탕에서 먹으면

최고 맛있는 우유가 바나나 우유일 것이다.

대중목욕탕은 어린이시절부터, 청소년기, 대학생 시절에도 방문했던 대중목욕탕은 각기 다른 듯 또 비슷한 구조나 형태인 것도 재밌다. 이곳만큼은 시대가 변해도 어릴 적 봐왔던

모습 그대로여서 마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 여행을 하는 기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뜨겁지만 몸을 담그면 따듯하게 데워지는 온탕.

두꺼비돌 동상에서 폭포처럼 나오는 물줄기.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거품. 돌로 된 벽과 돌로 된 바닥 위를 미끄러질까 긴장감을 놓지 않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람들. 아무 생각 없이 허공을 또는 두꺼비돌을 바라보면서 귓가에 가득히 들어오는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잡생각 대신에 평온함을 느끼고 있는 내가, 과거에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이곳에 머물었던 나와 만나는 듯한 이어짐이 좋다.

이제는 엄마와 함께 온 꼬마들이 신난 얼굴로 장난을 치면서 목욕을 즐기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어린 시절 큰엄마와 탕에서의 추억이 기억 속에서 꿈틀대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기억 속 모습이 같아서 뭉클한

익숙한 공간에서 평온한 마음을 얻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행복을 만난다. 세월이 흘러 많이 것이 변했지만

내가 아는 시설 중 가장 많이 변하지 않은 곳은 애정하는

대중목욕탕이었다. 앞으로 많은 세월이 흘러도 지금처럼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모습 곳으로 남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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