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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환 Jul 25. 2022

생크림 슈와 세계평화

오늘 낮에 외출했다가 갑자기 단팥빵이 먹고 싶다는 충동 신호가 들어와서 비프렌차이즈 동네 빵집에 들렀다. 목적으로 했던 단팥빵 하나만 사서 나오려고 했지만 여름이라 그런지 냉장 코너에 비치되어 있는 생크림 슈가 눈에 들어왔다.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최근 물가도 많이 올랐고 애초에 저걸 사려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해서 한참 바라만 보다가 결국 단팥빵만 들고 가서 결제했다. 그런데 인사하고 나가려는 순간 주인아주머니께서 냉장 코너로 가셔서 생크림 슈를 몇 개 봉지에 담아 말없이 씨익 웃으며 내 가방에 넣어 주셨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크게 숙이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방금 받은 친절이 너무 놀라워서 돌아오는 길 내내 생각났다. 생크림 슈를 바라보며 고민했던 게 어린이였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중년 아저씨에게까지 저런 친절을 베푸는 것은 범상치 않았다. 내가 빵집 사장이었으면 ‘흥, 너도 사회의 생존 게임에 뛰어든 전사라면 생크림 슈 정도는 네 능력으로 쟁취하라고! 애도 아니고 말이야!’ 하면서 분명 서비스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주인아주머니의 친절력에 깜작 놀랄 정도로 감탄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코를 베어 가는 게 아니라 코뼈까지 적출해간다는 세상이라지만 살다 보면 이토록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을 종종 만난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세상 평화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거구나 싶다. 


서비스로 받은 생크림 슈는 아주 맛있었다. 먹고 나니 나도 좀 더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일단 빵집 재방문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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