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굶어가면서도 챔피언이 되었다는 권투선수의 헝그리 정신이나, 극심한 통증이 수반되는 병을 앓으면서도 불후의 명작을 완성시켰다는 예술가의 예술혼은 얘기만 들어도 가슴한 구석이 뜨거워지는 위대한 멋짐이 있다.
청춘이었던 시절에는 그 멋짐을 동경하여 귀찮은 끼니 챙기기를 건너뛰며 뭔가에 집중하거나, 몸이 아픈 날에도 억지로 일어나 뭔가를 해 보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그 위대한 분들처럼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온전히 눈앞에 있는 것에 몰두할 수 없는 자신을 답답하고 부끄럽게 여겼다.
그 후 세월이 흘러 흘러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중년이 된 지금의 나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죽는다고. 그분들이야 위대한 분들이어서 가능했겠지만 지극히 평범한 내가 그런 걸 계속 시도했다가는 틀림없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냉정한 눈으로 현재의 나를 관찰해보자면 식사를 한 두 끼만 걸러도 손가락이 달달 떨리며 현기증이 난다. 배고픔을 과장해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당 떨어짐 증상이 일어나면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끼며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다. 바쁜 일정을 처리하느라 깜박하고 끼니를 챙기는 시간이 늦어져 이 증상이 발생해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사무실을 벗어나 좀비처럼 먹을 것을 찾아 헤맸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인 날이 이어지면 두통이나 체하는 증상이 아주 높은 확률로 발생한다. 머리를 쿡쿡 쑤시는 두통 속에서 명치에 대못이 박힌 것 같은 갑갑함과 어깨와 등허리로 퍼져나가는 몸살 통증에 시달리는 동안에는 일을 물론이고 취미가 됐든 뭐가 됐든 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다.
위대한 헝그리 정신 권투선수와 예술혼 예술가분들은 어떻게 할 수 있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무리다. 그런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할 게 아니라 육체가 그 정도로 무리하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예방하는 쪽이 훨씬 낫다.
영향 균형이 잘 잡힌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매일 매일 최소한 7시간 이상 자고, 어딘가 아프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서 통증을 없애고 병을 치료해야 한다. 몸을 혹사시키는 환경을 극복하고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 내는 사례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도 ‘아무튼 나는 안된다.’는 주문을 읊조리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다.
위대한 일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튼 나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