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누군가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축하의 인사를 건넬 때 꼭 빼먹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행복한 어른이 되세요.’이다. 앞뒤에 어떤 표현이 들어가더라도 저 말만은 반드시 넣는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관용구 같은 게 아니라 정말로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말이다.
하지만 행복한 어른이 되는 것은 어렵다. 당신은 행복한 어른이냐고 묻는다면 일단 나부터도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피할 것 같다.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 대부분의 어른들은 매일매일이 항상 행복하지는 않은 삶을 살고있다. 천국도 지옥도 다 내 마음속에 있는 거라서 주변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항상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천만원정도를 사기 당했을 때의 감정을 분노와 좌절로 느끼지 않고 ‘뭐, 적어도 내 돈을 꿀꺽한 사람은 행복할테니까 그걸로 됐어.’같은 마음으로 좋게 받아들이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론적으로는 알아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렇다고 당신은 불행한 어른이냐고 묻는 질문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아니다. 나도 불행하고 내 주변 사람들도 불행하고 모두 다 불행하고 생각했다면 행복한 어른이 되라는 말 대신에 ‘행복한 어른 같은 건 다 환상이니까 닥쳐올 고통과 시련 속에서 불행한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두세요.‘ 같은 말로 축하의 말을 건넸을 것이다.
행복하다고도 불행하다고도 확언할 수 없는 이유는 삶에 양쪽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체감상으로는 불행한 날이 더 많은 것 같은 기분이지만 부정할 수 없이 반드시 확실하게 행복한 시간들이 섞여있다. 좋은 사람을 만나거나, 좋은 문화를 접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받거나, 그 때 받은 도움을 더 크게 돌려줄 수 있게 되거나 하는 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크고 작은 행복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살다보면 이 행복을 전혀 체감할 수 없게되는 일이 일어난다. 순간적으로 닥친 불행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너무 오랜 시간동안 불행을 다스리는데 지쳐서 마음이 완전히 꺾여 버렸을 때가 그렇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때 인생이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불행함에 마음이 잠식되어 행복을 감지하는 센서가 완전히 망가져 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항상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행복 감지 센서가 수리되는 날이 반드시 온다. 저절로 고쳐질 때도 있고, 열심히 노력해서 스스로 고칠 때도 있고, 나를 아끼는 사람이 찾아와서 정성껏 고쳐줄 때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이 그냥 고쳐줄 때도 있다. 그래서 이 불행에 잠식된 기간을 많이 다치지 않고 잘 버텨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스스로 어른의 삶은 불행하다 라고 정의내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내가 건네는 졸업 축하의 인사말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있다. 이걸 세세하게 다 풀어서 설명하면 너무 길고 이상한 말 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행복한 어른이 되세요.‘라는 말로 압축한 것 뿐이다.
매일매일 행복한 어른이 되기는 정말 어렵다. 하지만 매일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그냥저냥 행복한 어른은 비교적 훨씬 쉽게될 수 있다. 어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사회에 첫 발을 디디게 되는 모든 졸업생들에게 전하고 싶다. 행복한 어른이 되세요. 허황된 말이 아니라 진짜로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