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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빈 Aug 15. 2021

여름

무더운 여름이다. 수년간 땅속에서 지낸 매미들은 그간 갈고닦은 목청을 뽐내고, 길가엔 여름이 피워낸 아지랑이들이 한창이다.​


불쾌지수가 최고조란다. 어느샌가부터 날씨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불쾌지수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의 불쾌지수는 고층 빌딩 같다.


평소에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던 작은 돌멩이도 고층 빌딩에서 떨어지면 흉기가 되듯이,


일상적인 상황에도 불쾌지수가 더해진 말들은 추진력을 얻어 배는 빠르게 날아가 떨어진다.​


어느덧 스물여섯 번째 여름이지만 적응은 고사하고 매년 새롭기만 하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날들이 많아지고, 주워 담지 못할, 준비되지 않은 말들이 툭툭 새어 나온다.

내게 여름은 유난히 후회가 많은 계절이다.

해가 떠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여름이 왔다고 느끼곤 한다.


밤이 돼서야 지는 해를 보며 길어진 해만큼 헛나가는 일이 없도록  말들의 시위도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게 여름은 유난히 어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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