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에는

by 여운


정말 시대가 많이 변했다. 요즘은 아들보다 딸이 대세인 시대라지만 예전 어르신들에게는 아들이 최고였다. 집안의 기둥은 큰아들이라는 인식이 정말 확고했던 것이다. 그 시절에는 장남이 가업을 잇고 부모님을 모시는 역할을 도맡는 게 당연했고, 이에 집안의 모든 지원과 기대가 한 곳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큰아들은 늘 우선순위였다.
​지역 유지였던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꽤 유명한 부동산 부자셨는데, 큰아들에게 모든 재산은 물론 가족 사업 경영권도 물려주셨다. 다섯 자식의 자식들을 다 품어줄 만큼 넉넉한 재산, 모든 가족이 따로 일하지 않아도 임대료 받아 살 수 있게 해 준 건물, 당연스레 먹던 풍족한 삼시 세 끼와 누리던 콘도 같은 것들은 영원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업은 잘 안되었고, 그 많던 재산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자식들은 생존하느라 고군분투하며 뿔뿔이 흩어졌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평생을 사셨던 80평 마당 집에서 나와 작은 빌라로 이사를 가셔야 했다. 그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큰아들을 믿고 지지했던 것이 문제였을까? 아마도 추측컨대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저 당신들이 살아온 시대의 정답을 따랐을 뿐일 것이다. 당신이 부모님께 했던 것처럼, "내가 부모님을 모셨듯, 내 아들도 나를 그리고 이 집안을 지켜줄 것이다"라는 믿음을 대물림하려 하셨을 뿐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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