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출근날,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퇴근시간 10분 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가까워진 정도와 인사, 덕담을 나누는 대화의 시간은 비례했다. 어떤말이 좋을지 잠깐의 고민들이 있은 후 건강하라는, 잘 지내라는. 평범한 말로 대부분 마무리를 짓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퇴사를 하든 휴직을 하든 그 의사를 밝히고 나서 마지막 출근일까지가 고역이다. 어차피 떠날 동료에게는 많은 것을 공유할 필요가 없다. 밥을 같이 먹고 내내 한 공간에는 있지만 이미 외부인이라 느껴지는 걸까. 아니면 괜한 자격지심인 건지. 그래서 확고한 의사표시를 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출근일까지의 기간은 되도록 짧게 설정하는 것이 좋다.
지금 서 있는 지점이 인생의 어디쯤일까. 남은 절반의 인생은 무얼 바라보며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으로 최근 한두 달을 보냈다. 휴직기간 동안 육아 외 어떤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이 몸과 마음을 짓눌렀다. 하루에도, 잠깐 동안에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돌고 돌았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되기도 했고 1년 전 복직했던 나에게 조직생활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었다. 마침 와이프는 집에서 두 시간 거리의 춘천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었고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걱정하며 사는 것도 싫었고 고마웠지만 부모가 아닌 남의 손에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지난 9월, 입주는 반년이나 남은 상태였지만 춘천의 한 전원주택 전세 계약을 덜컥해버렸다. 그날부터 오늘까지의 여정은 예정된 것이었고 그 사이 춘천에서의 삶에 대한 그림을 충실히 그렸어야 하는 거였는데 아직까지 갈팡질팡이다.
그래도 확실한 것 하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이것. 글쓰기. 삶의 반환점을 도는 이 시점에 무언가를 최대한 많이 기록해보고 싶다. 떠오르는 기억과 상념들을 놓치지 말고 붙잡아 꾸역꾸역 써내려 가다 보면 어질러진 삶도 정리가 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을 보관할 플랫폼은 생각보다 다양했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활용한다는 포털의 공간에는 '남의' 얘기만이 가득했고 좀 더 '나의' 이야기가 많은 이곳 브런치가 적합할 것 같았다.
장막이 걷힌 후 극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고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다시 시작되듯이 제 앞에 다가올 새로운 삶의 적응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직업과 휴직, 춘천이라는 도시, 전원주택이라는 주거환경,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라이프에 대해서 주로 쓰려고 합니다. 초심이 유지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