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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래불사춘 Mar 25. 2021

이사 후 집 정리, 전원주택이라 힘든 이유

버려야만 자유로워진다


폭설과 함께 시작된 춘천 살이. 이사 첫날의 심란한 마음이 차차 정리되는 짐들과 함께 안정되어 가고 있다. 이사만 오면 해보고자 했던 모든 일들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집안 정리하는 데만 모든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이사 후 주위에서 안부를 물을 때마다 아직 집 정리 중이며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와서 새로운 사람들도 사귀고 틈날 때마다 춘천 명소를 찾아가 보고 맛집을 뚫고 다니겠다는 다짐은 빡빡한 일상=집 정리 묻혀버렸다.


한 달은 걸린다는 미리 이사 온 이웃의 얘기처럼 완전한 일상으로의 회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곳에서의 집 정리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몇 가지의 이유를 들어 보자면,


1. 기본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전원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수납에 있어서 비효율적이다.

이사 오기 전의 아파트는 30평이었고 여기 전원주택은 대지 150평에 연면적은 37,8평으로 훨씬 넓지만 수납에 대해서만은 30평 아파트를 따라갈 수 없다.

아파트에는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안방 드레스룸의 붙박이장과 화장대가 이곳엔 없다. 그곳에 있던 짐들이 여기에서는 갈 곳을 잃었다. 양쪽 화장실의 대형 미닫이 거울 뒤에도 널찍한 수납공간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수건만 채우기도 빡빡한 조그만 욕실장뿐이다. 그 외 아파트의 벽 모서리며 냉장고 자리 위의 수납공간들, 신발장 안에 가득했던 짐들도 일단은 뒤죽박죽 남는 공간에 대충 채워져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정리는 되겠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안 보이는 곳으로 집어넣어 버리는 것은 완전한 해결이 아니다. 모름지기 물건이란 용도와 사용 패턴에 따라 분류를 잘하여 같은 종류의 물건을 모아 고정된 공간에 두고 써야 한다. 이 작업을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을 찾을 때 온 집안을 뒤져야 한다. 그 작업이 완성이 되지 않아 아직 찜찜함이 남아 있다.


2. 새롭게 설치할 것이 많고 간단치 않다.


이사 오기 전 인터넷과 TV를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했었다. 가성비가 뛰어난 지역 케이블을 그대로 쓸 것인지 아니면 인공지능 스피커로 보다 세련된 생활을 할 것인지, 한 달 사용요금과 사은품의 규모를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고자 했으나, 이런 전원주택단지는 특정 회선만 개통이 되어있고 그마저 단지를 개발할 때 소유주와 미리 특정한 약정을 맺어 두었기에 상품의 선택권조차 없었다.(딴지를 걸려면 걸 수도 있었지만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그대로 두었다) 도심에서 거리가 있는 전원주택 단지의 경우 회선을 연결할 때 상당한 금액의 공사비가 소요되며 일부 지원되는 부분이 있지만 입주자에게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니 감수해야 한다. 


에어컨의 경우 이전 설치의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에어컨과 실외기의 위치가 딱딱 정해진 아파트에 비해 전원주택은 실외기의 위치와 스탠드/벽걸이 에어컨 사이의 거리에 따라 추가 배관이 필요해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 나올 수 있다. 거기다 사용한 지 꽤 오래되었다면 세척비도 설치비만큼 들게 된다. 미관상 배관 노출 최소화를 위해 데크 밑으로 배관을 뽑아 연결하는 작업과 벽을 뚫는 타공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2층 안방의 티브이는 벽걸이로 설치하여 화장대와 독립적인 사용을 꾀하였으나 설치기사가 와서 보더니 벽이 석고보드로 된 약한 가벽이어서 합판을 두껍게 추가로 벽에 박아야 한다하며 어려운 작업에 난색을 표하자 고민 끝에 그냥 돌려보냈다. 갈 곳 없는 안방의 티브이는 여전히 화장대 위에 어정쩡하게 놓여 있다.


집주인이 외부 창고를 지어주었으나 지붕과 바닥의 마감이 아직 덜 되었고 군데군데 보수를 위해 매일같이 작업하시는 분들이 들락날락한다. 거실과 주방 앞 데크에도 비와 볕을 막아주는 차양막이나 어닝을 설치해야 하는데 세입자가 고스란히 설치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에 의문이 있어 아직 고민 중이다. 몇 주 살다 보니 이곳저곳 눈에 보이는 사소한 하자들도 신경 쓰인다.


3. 언박싱의 연속이다


가구 배치가 달라지면서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새로운 가구들이 매일 배송되어 온다. 수납공간이 없어 수납장을 추가로 주문하고 공간 활용을 최대화하기 위해 아래쪽에 수납공간이 딸려있는 아이들의 침대를 2개 구매했다. 욕실은 넓었지만 욕조는 따로 없어서 욕조도 샀으나 하자로 반품 대기 중이다. 책장과 책상 사이의 한 뼘 정도의 공간에도 딱 맞는 사이즈의 사잇장을 사서 구겨 넣었다.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다. 낮에는 코를 대고 보지 않는 이상 바깥 유리창에서 안이 보이지 않지만 밤에 불을 켜면 적나라하게 일거수일투족이 드러난다. 1층에 있는 모든 창에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테라스에는 야외테이블을, 2층 방의 발코니에는 조그만 협탁을 놓을 예정이다.


장난감 서랍장도 한 세트 더 주문해서 2층 복도에 두었고 이사선물로 받은 이동식 해먹은 거실 한가운데 가로질러 놓여있다. 그리고 아직도 화장대와 거울, 액자, 다용도실 바닥 매트, 시트지, 쓰레기통,  분리수거함, 바비큐 그릴 등 추가로 배송될 물건들이 남아있다.




이런 와중에 아이들은 계속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저지레를 하여 일거리를 만든다. 거실에 화분의 흙을 쏟아놓는가 하면 2층에 오르는 계단과 벽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흔적들을 곳곳에 남겨 놓았다. 주택이라 집안에서도 마음껏 뛰어놀라 했더니 용감한 둘째는 거실과 주방을 구분하는 울타리를 놀이터 삼아 뛰어넘다 왼쪽 눈 언저리 같은자리만 두 번 연속으로 바닥에 찧었다.


그래도 딸아이가 안방 발코니 청소를 도와주었다.


이사를 많이 다녔다고 할 순 없지만 지금처럼 집 정리가 부담되었던 기억도 없다. 아직도 할 일은 많이 남았고 한 달을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4월부터 손님들이 하나둘 놀러 오기로 하여 유리창까지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채 맞이하는 것이 목표인데 2층 유리창은 어떻게 닦아야 하나. 사다리를 사야 할지 창문을 뜯어야 할지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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