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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잎 Mar 16. 2021

임산부의 불안함에 대하여

호르몬 이 시끼. 제멋대로다

현재 임산부 중기를 지나고 있다. 임신 기간에서 딱 반을 지나왔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기가 태어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몸무게


한 달 만에 간 병원에서 몸무게를 재보니까 5kg가 늘었다. 아기의 몸무게(500g대)에 비해 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 같아 살짝 슬펐다. 산부인과 선생님이 몸무게도 정상이고, 아기도 잘 크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셨는데, 나는 늘어난 몸무게만 생각이 났다. 임신하면 20kg까지 체중이 느는 임산부들이 있던데, 나는 과연 몇 kg를 찍을지 궁금하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는 건지 참 불안하기도 하다.


다음번에는 임산부 당뇨 검사를 하는 날이라고 하셔서, 최근에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30분 정도 산책을 하는데 몸이 조금 무거워져서 그런지 운동하고 집에 돌아올 때쯤에는 배가 당긴다. 그때는 눕눕이 최고. 조금 누워있다 보면 컨디션이 바로 회복된다. 운동은 꾸준히가 중요한데 작심삼일째라 얼마나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검사 전에는 꾸준히 운동하고 싶다.


예민 보스로 변해가는 나


원래 성격이 굉장히 둥근 사람인데, 최근 예민해지는 나를 보며 많이 놀라곤 한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지나가던 삶의 태도가 ‘이건 왜 그런 거지?’라는 태도로 바뀌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태도는 일상생활과 일하는 순간에 적용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임산부 좌석에 남자가 앉아있으면 불편한 감정이 든다. 예전에는 ‘다리가 아파서 앉아있겠지’하면서 그냥 넘겼는데 이제는 ‘그래도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닌가?’하며 속으로 불편해한다. 되게 자주 있는 일이긴 한데, 임산부 배지를 달고서 그분들 앞에 서도 휴대폰을 보느라 배지를 못 보시는 경우들이 있다. 소심한 나로서는 말도 못 하고, 임산부 배지를 잘 보이게 해 놓고, 그냥 서 있는데 참 피하고 싶은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조금 서 있다가 자리를 피하곤 한다. 양보해달라고 말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피하는 중이다. 그리고 주변인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하며 피곤한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일이야’라고 다독여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내 머릿속을 괴롭힌다. 이럴 땐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오려고, 빨리 다른 생각을 하곤 하는데 요즘에는 빠져나오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일하는 순간에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순간 욱 하는 감정이 올라온다. ‘배우는 게 있으면 가치 있는 일이야’라고 일관되게 살아왔던 나로서는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이 당황스럽다.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는 페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약간 있었는데, 차분하게 대화하지 못하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했던 것 같다. 너무 대우받지 못하는 일이고, 흥미가 없어져서 안 하게 되긴 했는데... 조율을 끝내고 보니 내가 감정을 잘 제어하지 못했었나 반성하게 됐다.


임신 출산 데일리 북을 보면 예민해지고,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적혀 있지만, 가끔은 그게 위로가 안 될 때가 있다. 이러다가 성격이 변해 버리는 게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다. 호르몬 이 시끼. 정말 자기 맘대로다. 제어하고 싶다.


감정이 극대화되는 시기


남편이 퇴근한 뒤에 항상 하는 일이 있다. 나의 기분을 살피는 것이다. 꽤 포커페이스로 가만히 있는 건데, 남편은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었어?’라며 항상 묻곤 한다. 옆에 사람까지 감정을 느낄 정도로 감정이 극대화됐다는 거다. 조금만 속상해도 울음이 터지고, 예전에는 눈물을 찔끔 흘리는 정도였다면 약간 꺼이꺼이 울거나 숨을 참으면서 울기도 한다. 아기가 엄마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니까 눈물 흘리는 건 정말 안 하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지고 울게 된다. 기분이 좋을 땐 배로 기분이 좋다. 엉덩이를 씰룩 쌜룩 흔들며 요리를 하기도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하기도 한다. 감정 기복이 정말 커졌다. 나는 눈물 흘리면 감정이 해소되는데, 아가도 슬픔이라는 감정에 너무 갇혀있지 않고, 나와 같이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불안


최근에 아기가 4살 정도 된 언니들을 만났다. 한 언니는 작년에 둘째를 출산했고, 한 언니는 최근 일을 시작했다. 너무 상반된 상황 속에서 언니들의 이야기를 각자 들어봤다. 둘째를 낳은 언니는 매일 2시간마다 깨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인다고 했다. 최근 남편이 애플 워치를 선물해줘서 조금 생활이 편해졌다고 하는데... 나는 그 사실이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나도 아기가 태어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생기기도 했다. 언니는 육아 예능을 자주 본다고 했다. 특히 오은영 박사님의 말을 맹신했다. 육아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양육하는 듯했다. 나도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서 오은영 박사님 클립을 자주 보곤 하는데, 그게 일상이 된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지기도 했다. 언니가 ‘알아서 다 하게 돼~’라며 무심한 듯 얘기했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인내가 들어있는 듯했다.


최근에 일을 시작한 언니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사회복지사 1급을 땄다고 했다. 아이를 보면서 사회복지사 1급을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아기가 잠든 짧은 시간에 언니는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렀던 거다. 남편에게 가끔 힘들다고 투정을 하면, ‘그렇게 힘들면 하지 마. 아이한테 피해가게’라는 말이 돌아왔다고 했다. 언니는 더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한 듯 보였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한 지는 3개월 정도 된 듯했다. 일을 구하기까지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우선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 하원 시키는 것이 가능해야 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곳을 찾아야 했던 거다. 결국 찾았지만, 가끔 야근을 하면 남편이 눈치를 주기도 하나 보다. 회사에서 힘든 일을 또 얘기하면 ‘힘들면 그만둬’라는 이야기가 돌아온다고 한다. 사실 언니는 남편이 꽤나 돈을 잘 버는 편이다. 하지만 언니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일을 선택한 듯 보였다. 둘째도 낳지 않을 거라고 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끝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상황이 너무나 다른 언니들을 보며, 나의 인생은 어떻게 펼쳐질지가 궁금했다. 현재 프리랜서로 일을 받아서 일하고 있는데, 육아를 하면서 병행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또한 다시 사회에 복귀할 때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것저것 자격증을 따고 있긴 한데, 마음처럼 집중도 잘 안되고, 불안한 마음만 커져간다. 결혼 전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한데, 그게 내 인생 앞에 펼쳐질지 궁금하다.




아기와 함께할 날이 참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어쩌면 내 욕심이 과한 걸지도 모른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다는 나의 욕심... 또 하루하루 판단이 달라지는 나의 모습을 보면 가끔 답답하기도 하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함이 가끔은 나를 옥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싶다. 다 잘 될 거라고.!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된다고 스스로 다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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