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기록]보령 동백관 숲속야영장에서의 1박 2일

해 먹는 즐거움

by 김계환

지난 주말 캠핑을 다녀온 곳은 보령 용두해수욕장 인근의 동백관 숲속야영장 이라는 곳이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캠핑이라니, 좋은 일이다.

예약한사이트의 숲과 바다 조망 그리고 바다


이번 캠핑은 지난번의 세놈팽이에 후배가 한 명 더해진 구성이었다. 모이고 난 뒤 짐을 풀고 텐트를 설치하고 놈팽이 하나가 포장해온 김밥을 떡볶이와 함께 나눠먹는 것으로 캠핑을 시작했다. 서해안 바닷가는 가본 적이 손에 꼽을 수준인데 막상 도착해서 물이 빠지고 다시 차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개인 소장용으로 촬영한 30초짜리 파도소리



나에게 캠핑 전 가장 설레는 순간은 캠핑 전 나가서 먹을 요리를 정하고 식자재를 구매하는 일이다. 이번에 캠핑 전 요청사항으로 받은 건 저녁 내지는 야식으로 먹을 양갈비 구이와 에그인 헬로 알려진 샥슈카다. 그리고 저녁으로 먹을 닭갈비 까지. 야채는 친구가 대부분 챙겨 왔는데 깻잎은 전날 집 앞에 있는 밭에서 직접 따서 왔다고 했다.

닭갈비와 우동사리 추가 볶음밥 까지, 몹시 합격



양갈비는 트레이더스에서 프렌치 렉 원육을 샀다. 손질하고 갈빗대 별로 분리한 후에 소금 후추 밑간만 하고 구웠는데 다들 만족도가 괜찮은 듯했다. 레이먼킴 유튜브를 보면서 샀던 민트 젤리를 같이 가져갔는데 엄청 좋아하더라. 민트 초코는 안 먹는 놈들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것이랑은 별개로 잘 먹어서 신기했다.

양갈비 구이(프렌치 렉), 역시 합격



서해안이라 바다 너머로 해가 질 때 노을이 예쁘지 않을까 하며 기다렸다. 시계가 안 좋은 탓인지 기대했던 노을은 보지 못했다.

해가 떨어지는 중이다.



산책을 마치고 다시 들어와서 야식을 만들어 먹고 부른 배를 뚜들기며 불 지펴놓고 이야기나 하며 누군가는 맥주를 누군가는 다른 술을 누군가는 세월을 마시는 시간이다. 그리고 야식으로는 에그인헬을 만들었다.

남자밖에 없는 놈팽이들이지만 매번 먹는 목살 소세지 같은 틀을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유튜버들의 캠핑 요리에는 감성이 가득한데 우리 요리에는 땀내가 가득했으니까. 준비할 수 있는 감성을 식재료 종류로 듬뿍 담아 고르고 유튜브에서 샥슈카 레시피 다섯 개 정도를 보면서 합쳤다. 토마토 파스타 만들면서 들어갔었던 식재료와 향신료들을 준비해 갔다. 만들고 볶고 지지느라 정작 만드는 과정의 사진은 별로 못 남긴 게 아쉽다. 아직 많이 서툴러서 만들기 시작하면 늘 사진 찍을 겨를이 없다.

샥슈카(a.k.a 에그인헬)와 구운 또띠아

너무 맛있었던 샥슈카 자랑을 좀 해야겠다. 참으려고 했는데 못 참겠다. 너무 뿌듯했다. 양파와 마늘 샬롯을 파프리카 파우더 소금 후추와 함께 볶았다. 볶을 때는 설탕을 약간 넣고 소금 후추 간을 같이 했다. 카라멜라이징. 그리고 살치촌 다진 것과 이베리코 목살을 따로 볶아 겉면의 갈색을 만들었다. 마이야르. 구이 바다 전골팬에는 홀토마토 400g짜리 두 캔을 때려 넣고 선드라이 토마토 페이스트 1 테이블 스푼을 넣고 토마토를 으깨고 졸이듯이 끓였다. 그리고 볶은 야채와 고기류를 합치고 양송이를 채 썰어서 넣었다. 토마토소스랑 건더기들을 뒤섞고 난 뒤엔 큐민을 1 티스푼 넣고 소금 간을 맞췄다. 여러 레시피에서 파프리카 파우더랑 큐민은 꼭 들어가는 것 같더라. 그리고 토마토 파스타 생각하면서 채 썬 바질 잎과 페페론치노도 넣어서 섞어버리고. 어느 정도 토마토가 다 풀 어질 때쯤 껍질을 깐 새우를 넣고 계란을 올릴 자리를 만들어 까넣은 다음 뚜껑을 덮었다. 계란 윗면이 익은걸 보고 뚜껑을 치우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갈아 올렸다.


이미 샥슈카의 레시피는 아득하게 벗어나 버렸지만 토마토 파스타 소스를 만드는 기분으로 했더니 꽤 괜찮은 먹거리가 탄생했다. 구운 토르티야랑 같이 먹으니 가본적 없는 지중해의 맛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이 표현을 쓰려면 지중해 음식을 좀 먹어봐야 하는데 친구가 한번 해줬던 표현이 기억에 남아 계속 써먹는 중이다. 지중해 맛이 어떤 건지 좀 먹어서 배워놔야겠다. 멕시코도 이탈리아도 이스라엘도 아닌 어딘가쯤의 맛. 큐민 덕분인지 지 토마토 덕분인지 바질 덕분인지 먹어본 적 없는 맛있는 맛이었다. 이렇게 먹고 난 뒤 남은 샥슈카는 다음날 아침에 스파게티면을 넣어서도 먹고 밥도 볶아서 먹었다.


잘 먹고 잘 쉬고 구경 잘하고 온 1박 2일이었다. 다음 주에 또 찾아나가게 될 다른 장소를 기대하면서. 이번 주도 힘내야겠다.

하루의 끝은 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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