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관제사에 대해 알고 있나요?
소개글에서 관제사들이 가진 어려움과 서러움에 대해 간략히 얘기했었지요. 사실 이곳에 작가로서의 둥지를 트는 과정에서부터 저는 보이지 않는 경계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저를 당신들께 소개하기 위한 직업 선택지에는 '조종사'는 있었지만 '관제사'는 없었고,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태그를 입력할 때도 '조종사'는 '조' 한 글자만으로도 수많은 연관 검색어가 따라붙었지만, '관제사'는 행여 인터넷이 멈춘 것은 아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할 만큼 적막했습니다.
아마 언론과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는 빈도의 차이겠지요. 항공과 글의 세계에 한 발씩 담그고 먼저 이름을 알린 선배님들이 모두 조종사였다는 사실도 한몫했을 겁니다. 항공이나 비행기에 문외한인 분들조차 『어쩌다 조종사』라는 책 제목은 익히 들어보았을 정도니까요. 관련 종사자가 아니고서는 엿보기 힘든 세계이기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점은 관제사 역시 마찬가지일 터라 저는 쉬이 좌절하지 않으려 합니다. 솔직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터에서 겪는 희로애락의 진폭은 오히려 관제사가 더 크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저라도 더 힘을 내야겠습니다. 우리 관제사들의 이야기가 언젠가 모두의 서가에 한 권쯤 꽂히는 날이 오도록, 더 흥미롭고 진솔한 글을 부지런히 써 내려가야겠습니다.
어쩌면 관제사가 조종사보다 대중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무원'이라는 이름 때문일지 모릅니다. 물론 조종사의 일상 또한 '항공보안'이라는 장막 아래 가려져 있지만, 관제사는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공항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1급 보안구역, '관제탑'과 '접근관제소'라는 성채에 갇혀 지내는 사람들입니다. 항공교통본부나 지역관제소¹⁾에서 우리나라 비행정보구역(FIR)²⁾ 전체를 살피는 관제사분들 역시 최고 등급의 보안시설에서 근무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요즘처럼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시대에도 저희는 예외입니다. 조종사분들은 회사의 허가 아래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지만, 관제사들은 '수익 활동을 포함한 겸직 금지'와 '국가 보안'이라는 두 개의 단단한 철옹성에 갇혀,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만을 벗 삼아 살아가는 운명인 탓도 크겠지요.
앞서 이야기했듯, 저희 관제사들은 대한민국 '국토교통부' 소속 '국가공무원'입니다. 관제사라는 직업에 대해 꽤 깊이 아는 분들조차 이 사실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에 비친 관제사는 항공의 꽃인 조종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소득 전문직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니까요. 저 바다 건너에서는 사실일지 모르나,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전래동화보다 허황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매일 직업정신이라는 작은 찻숟갈로, 강철처럼 무거운 어깨를 한 숟갈씩 덜어내며 하루를 버텨냅니다. 관제사가 관제사답게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은 공직 사회의 단단한 벽을 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장비는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의 차지가 되고, 항공기를 통제하는 지식과 절차는 빠르게 변하는 세계의 흐름을 따라잡기에 늘 숨이 찹니다. 수백 명의 생명과 재산을 짊어진 한마디를 한 시간에 수백 번씩 쏟아내지만, 그 말의 무게를 저희의 보수로 환산하면 동전 한 닢의 가치를 겨우 넘길까요. 한 달 평균 200시간의 노동과 '피로 관리(Fatigue Management)'라는 국제 규정을 지키기 위한 불규칙한 밤낮은 저희의 일상입니다. 그저 하늘이 좋아 별을 좇던 순수한 목동들에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위로만 건네기에는 너무나 척박하고 가혹한 현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희의 현실은 직업적 자부심과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한마디로 요약되곤 합니다.
"저는 관제사를 하고 있어요."
"오, 돈 많이 버시겠네요?"
"저희는 공무원입니다."
어쩔 때는 약간 씁쓸하지만서도 간편한 저 한마디가 편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저도 제법 경력이 되어가나봅니다.
1) 지역관제소 (Area Control Center, ACC)
항공기가 공항과 공항 사이를 비행하는 동안, 즉 항로를 따라 순항하는 단계에서 항공기 간의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간격을 유지하도록 지시 및 통제하는 기관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인천과 대구 두 곳에 지역관제소가 있으며, 각자 담당 구역을 나누어 항로관제업무를 수행합니다.
2) 항공교통본부 (Air Traffic Management Office, ATMO)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대한민국 항공교통의 총괄 기관입니다. 특정 지역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 비행정보구역(FIR)의 항공 교통 흐름을 관리하고, 비행 정보 제공 및 공역 관리 등 국가 항행업무 전반을 책임지는 중앙 통제 본부 역할을 수행합니다.
3) 비행정보구역 (Flight Information Region, FIR)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항공기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을 위해 각국에 책임 관할권을 부여한 공역입니다. 대한민국의 비행정보구역은 **인천 비행정보구역(Incheon FIR)**으로 불리며, 한반도와 주변 상공 약 43만㎢를 포함합니다. 이 구역 내를 비행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우리 관제 기관이 비행 정보와 관제, 경보 업무 등을 제공할 책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