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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 Jan 21. 2023

학창시절 S와의 연애

다음부턴 안 그랬으면 좋겠어

11월 11일. 연인들끼리 빼빼로를 주고받는 날임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기념일을 챙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둘 사이의 기념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조차 S를 위해 빼빼로 하나 준비하지 못한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려나.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학교로 향했다. 하교하기 전, 교과서를 챙기려 사물함으로 향했다. 교과서와 치약 칫솔, 체육복만 있어야 할 사물함 안에 처음 보는 쇼핑백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직 주변에 친구들이 있었기에 조심스레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맛있게 먹으라는 쪽지와 함께 빼빼로가 종류별로 들어 있었다.


고마움이라는 감정보다는 당혹스러움이 먼저 찾아왔다.

“주변 친구들이 보면 안 될 텐데.. ”


조심스레 쇼핑백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야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몰래 2시간 일찍 등교해서 넣어 놓았다고 했다. 잠도 많아 늘 지각 위기에 처했던 S가. 하지만 선물을 넣어 놓고 다른 곳에 가서 잠에 드는 바람에 지각을 했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나를 위한 정성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식어갔다.

“다음부턴 안 그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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