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루 Jan 21. 2023

H와의 연애

시작될 줄 몰랐어

당시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 좀 날리던 어장남. 나는 절대 걸리지 않을 줄 알았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태도에 없던 마음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불안과 스스로의 언행에 대한 끝없는 자책의 순간들이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매일같이 내게 연락을 보내오는 사람이 있었다. H였다. 나의 관심사와 관련된 이야기들, 온갖 칭찬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밥을 같이 먹고 싶다며 일정을 물었다. 나의 미적지근한 반응에는 아랑곳 않고 말이다. 어장남으로 인해 바닥난 나의 자존감을 채워 주던 유일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H와 나는 개천절 연휴에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사실, 그의 적극적인 대시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갔다기보다는 아예 거절의 쐐기를 박을 심산으로 나간 자리였다.


설렘 없이 걱정만을 가득 안고 나간 자리에서는 왠지 모를 편안함과 잔잔한 설렘이 채워지고 있었다. H의 마음은 확실했으나, 그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았다. 그 태도에 묘하게 끌렸다. 어느새 H와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학창시절 S와의 연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