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좋아하니까
그와의 연애가 깊어져 갈수록, 길어져 갈수록 나는 그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의 모든 일상에 내가 있길 원했다. 그가 입는 옷의 스타일, 그가 뿌리는 향수, 나를 대하는 태도, 연애 방식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와 함께하고 있음에도 그를 더욱 움켜쥠으로써 소유하고 싶었다. 그럴수록 그가 초반에 보인 열정은 점차 식어갔다. 서운함을 느끼는 날은 늘어갔고, 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들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으며, 나는 왜 이런 상태가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하고 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너를 좋아하게 될수록 너에게 바라는 게 많아지고, 그만큼 서운한 것도 쌓인다. 그래서 너를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당시 H에게 털어놓은 진심이었다. 사실 미안한 마음보다는, 나의 집착을 합리화하려는 용도였던 것 같다. 네가 바라던 대로 나는 너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너는 나의 모든 마음을 이해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그런 어리고 미숙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