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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May 13. 2021

아카시아꽃잎이 날린다는 건..

달리는 자의 정체성

‘달리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오십을 넘긴 나이에 나의 정체성이 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 달리기는 나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기억하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면 배도 잊고 강도 잊고 앞으로 갈 일이다. 처녀 뱃사공이든 총각 뱃사공이든 배를 타고 오던 시절의 그가 또는 그때가 그리우면 배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아가면 된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고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생각해보니 파견지 파리에서 복귀하면서부터 달렸으니 일 년 하고 구 개월이 지났다. 21개월 동안 달리기를 위안으로 삼으며 살았다. 혼자 달렸더라면 지쳐서 또는 부상으로 이곳까지 오지 못하였을 것이다. 하늘이 보우하사 친구들이 러너스 동호회를 만들고 냉철하고 온화한 친구가 코치를 맡으며 우리를 달리기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렇게 러닝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그 빛이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등대 같은 방향을 주었다.
 
 오늘 모처럼 달리기 모임 하는 한강변에 친구 하나가 쉬는 날인데 일하러 가다가 들렸다. 새로 산 러닝화 신고.. 반갑고 고맙고 기쁘고 그랬다. 이젠 어디 가면 눈치 보고 내가 올 자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나이가 되었는데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친구들이 찾아와 준다면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처음 달리기 할 올챙이 적 생각해보면 10km는 생각만 해도 아찔한 거리였다. 올챙이 러너들은 다들 그렇게 느낀다. 그런 초보 러너들이 이젠 10km는 가볍게 달린다. 즐거운 마음으로..
 
 훌륭하고 현명한 코치가 끊임없이 무리하지 말라고 몸에 신호가 온다면 달리다가 금방 멈추라고 그래도 속도에 미혹된 우리가 혼란하면 때론 “애정 어린” 충고를 센 단어로 죽비처럼 내려친 덕분에 우린 제법 호흡도 되고 근육과 힘줄이 단단해져가며 즐겁게 달린다.
 
 오늘은 내가 이 즐거운 달리기에 개구리 흉내를 내었다. 이제 좀 달리기에 익숙해졌다고 하프를 달려보자고 또 막 말을 오늘 달리는 친구들에게 하고 말았다. 우린 모두 각자의 페이스(pace 어쩌면 face 일수도)가 있는데 내가 그대의 페이스를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인데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한 마디 쓰고 싶었나 보다..


달리고 집 뒷산에 올라 와인을 마시며 글을 쓰는데 아카시아 꽃 향기가 퍼지고 있다.. 여름이 온다는 신호이다.. 봄에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여름이라니.. 이런!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데..

사랑하기도 짧은 시간이 흐르는데..
 

공들여 그렇게 먼 시간을 달려왔는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참으로 서글플 것이다. 선택해서 올챙이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안타깝고도 외로운 것이다. 이렇게 아카시아 향기가 퍼지는 여름의 초입에 서서 봄을 돌아보면 더욱 그러하다.


오늘의 사족: 글의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여러 사건이 겹치며 심사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쓴 글이라 그러하다.

내막을 세세히 묘사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애둘러 끄적인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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