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 & cons of being a Parisien_05
삼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 늘 뒷모습만 보여주는 야속한 사람이다.
아침 등굣길 막내와 함께 집 앞의 공원을 가로질러 터키 대사관 옆 좁은 골목길을 지나 발자크가 말년에 집필했던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집 뒤편 담벼락을 따라 구비구비 가다 보면 두 번 횡단보도 도우미를 만난다.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도우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과 차량들 사이를 조율한다. 두 번째 만나는 도우미는 삼거리에서다.
삼거리니 횡단보도가 셋이다. 그의 근무 위치는 우리가 건너는 횡단보도가 아니다. 그는 자기 횡단보도를 고수하고 결코 그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듯 우리가 건너는 횡단보도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혹자는 업무를 대하는 프랑스식 태도라 하기도 하고 혹자는 파리 사람들 특유의 개인주의적 성향이라고도 한다. 하여간 늘 등굣길에서 삼거리에서 마주치는 노랑조끼를 입은 그 등판이 오늘따라 야속하다.
꽃잎 같은 말들로 서로를 어루만지지는 못할지언정 눈인사라도 하고 사는 게 좋지 않으랴!
https://www.youtube.com/watch?v=Gg9WgLROsZM
오늘의 사족 1. 막내와 함께 하는 등교/출근은 삭막한 이방 살이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허나 10대에 진입한 따님께서는 이제 손 잡고 걷는 걸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런.. (위에 사진은 작년에 찍은 것)
2.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오늘 하루 종일 흥얼거릴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