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0일
⊙ 5월 10일 동선
알트슈타트 → 벡 베르크 → 체칠리엔호프 궁전 → 마이어라이 융페른 호수 → 하이더 카페
→ 포츠담 네덜란드 거리 → 상수시 궁전 → 포츠담 와인 축제 → 혜진이네 집 → 숙소 복귀
하이더 카페에서 케이크를 산 후,
상수시 궁전으로 넘어가기 전!
우리가 버스 타는 곳은 포츠담 시내를 지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 포츠담의 유명한 '네덜란드 거리'가 있었다.
네덜란드 거리
Holländisches Vierte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줄지어져 있어 눈길이 가기는 했으나
모르고 지나갔다면, 여기가 '네덜란드 거리'란 곳이야? 싶을 정도로
포츠담의 거리에 어우러져 있는 골목!
여기에 재밌는 역사가 숨어있어서 흥미로웠다.
건물 위에 풍차가 있었다면,
우리가 흔히 아는 네덜란드 풍차가 생각났을 것 같다.
네덜란드 거리, 혹은 네덜란드 지구로 불리는 이곳은
유럽 내에서 네덜란드를 제외하고는, 가장 큰 규모의 네덜란드식 건축 단지라고 한다.
'여기가 가장 크다고?' 하기에는...
우리가 아는 가로수길 보다도 짧게 느껴지는 이 거리가 어떻게 가장 큰 규모가 된 걸까?
당시, 네덜란드 건축 장인들 모시는 게 하늘의 별따기보다도 어려웠기 때문이라는데...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건지~
오늘은 이 거리에 녹아있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선명한 붉은 벽돌이 시선을 끄는 이 건물은
18세기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가 네덜란드 장인들을
포츠담으로 불러오기 위해서 지은 집이다.
그들이 독일에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네덜란드의 건물과 똑같은 스타일로
즉, 고향과 같은 형식으로 지은 집들인데
무려 134채의 건물이 격자무늬로 늘어져 있어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그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지붕도 굉장히 독특한데~
네덜란드 건축 특유의 '계단 모양 지붕(Gables)'이다.
얼핏 보기엔 다 똑같아보이는데
건물마다 지붕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이 골목의 재미 포인트다.
베를린의 건물 형식과는 또 다른 매력의
아기자기한 고전미가 느껴지는 스타일이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왜 네덜란드 사람을 포츠담으로 데려오고 싶어한 걸까?
그 이유는 당시 포츠담을 최첨단 도시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포츠담은 하펠강에 둘러싸여 축축한 늪지대가 많았는데
건물을 지으려면 물을 빼고 땅을 단단하게 다지는 기술이 필수였다.
그때, 이 분야에서 최고였던 사람들이 바로 '네덜란드 사람들'이었던 것!
네덜란드 자체가 바다를 메워서 땅을 만든 나라이기 때문에
그들의 배수 기술과 건축 노하우는 단연, 세계 최고였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국토의 약 25~30%가 바다, 호수, 늪지대였고
13세기부터 간척사업을 통해 수백년이 넘게 바다와 싸운 나라이다.
풍차가 유명한 이유도, 바로 이 간척사업 때문이니까~
바다, 호수 주변에 둑을 쌓아 물을 가둔 후에 풍차를 이용해서 그 안의 물을 퍼내 육지를 만들었다.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들이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인간이 빚은 나라'로 유명하다.
이 기술력이 당시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했고,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는 이 기술이 필요했던 거다.
왕은 포츠담을 군사 도시이자 상업도시로 키우고 싶어했지만, 내부 인력으로는 부족했다.
벽돌 쌓기, 목공, 운하 건설 등 탁월한 능력을 지닌 네덜란드 장인이 필요했고,
그들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
우리나라에 오면 세금 면제도 해주고
네덜란드 고향 집과 똑같이 생긴 집을 공짜로 줄게
그래서 지금의 네덜란드 거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왕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장인들은 포츠담으로 이주하지 않았다.
당시 네덜란드는 이미 엄청난 부국이었고, 살기 좋았기 때문에
굳이 멀리 떨어진 포츠담까지 이주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134채의 집 중 실제 네덜란드 인이 입주한 곳은 극히 일부였고
나머지는 프랑스에서 종교 탄압을 피해 온 망명객이나 예술가, 군인들이 살게 되었다.
네덜란드인들이 살지 않는 네덜란드 거리가 되었지만
이국적인 건축물 덕분에 현재의 포츠담은 독일 내에서도 독보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이 정도면 왕의 '빅 픽처'는 다른 의미로 성공한 셈 아닌가?
하지만, 네덜란드 거리 자체는 '네덜란드 + 독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설계와 감독은 네덜란드 장인이 했고,
실제 건설을 하는 일은 독일 사람들이 했기 때문이다.
왕은 네덜란드 형식의 건축을 위해 핵심 인물을 한 명 섭외했는데
바로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 '얀 바우만(Jan Bouman)'이다.
네덜란드에서 배수와 건축을 익힌 전문가였고,
포츠담으로 이주해서 이 거리의 전체적인 설계를 책임졌다.
기술의 핵심인 '설계'와 '배수 공법'은 네덜란드 정통 기술로 지은 셈이다.
과거, 늪지대였던 '포츠담'의 모습이 상상이 안 간다.
땅속의 물을 빼내기 위해 도시 곳곳에 운하를 팠고,
늪지대라서 지반이 많이 약했기 때문에 수천 개의 나무 말뚝을 땅 깊숙이 박아서 기초를 다졌다.
베네치아나 암스테르담, 로테르담처럼 둑으로 막아 조성한 도시가 바로 '포츠담'이라는 사실!
심지어, 포츠담의 상징인 상수시 궁전도
원래는 거친 덤불이 우거진 모래 언덕이었다고 한다.
이곳을 계단식 포도밭으로 개간하고 화려한 정원을 만든 것 자체가
프로이센 왕들의 집념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현재의 포츠담은?
이곳은 단순히 보존된 유적지가 아니라
힙한 로컬 상점과 갤러리가 숨어있어서 소소하게 즐길 거리가 다양했다.
개성 있는 수공예품이나 골동품, 독립 서점들이 있었고
작은 갤러리와 공방이 많아서 독특한 기념품을 사기에도 좋았다.
또한, 야외 테라스에서 즐기기 좋은 식당도 다양했는데
독일과는 다른 '네덜란드식 팬케이크'를 파는 전문점들이 있었고
치즈 케이크의 성지도 있었다.
독일어로 '카제' Käsekuchen는 치즈란 뜻인데~
치즈 케이크 맛집이라 불리는 곳 앞에는 이미 만석이었다.
4월이면 거리 곳곳을 튤립으로 장식하고
12월엔 네덜란드식 산타클로스가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데
내가 갔던 5월의 거리에는 알록달록한 난쟁이 요정들이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 지구를 지나,
상수시 궁전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가는 길...
포츠담은 과거의 늪지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웠고
5월의 '엄마의 날'을 맞이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꽃들이 반겨주었다.
또한! 거리의 생기와 상관없지만,
컬러만큼은 알록달록 제일 생기있는 펜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이건 내가 사고 싶은 그냥 물욕)
우리나라 같았으면 '포인트 오브 뷰'나 문구 전문점에 가야 볼 수 있는 독특한 펜들이
거리 노점상에서 판매하고 있어서 신기했다.
가격은 노점 가격이 아니라 한국처럼 비쌌지만~ㅋㅋㅋㅋ
어쨌든, 포츠담 거리는
다양한 풍경들이 어우려저서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다.
※ 네덜란드 거리 ※
주소
☞ Benkertstraße 6-12, 14467 Potsdam, 독일
[위치] https://maps.app.goo.gl/NGXee54pz3dRF3Yz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