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803
#244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조식을 먹고
노아와 나는 캠핑에 필요한 간단한 물품을 구입하러 근처 마트로 향했다.
이것저것 물건을 담고 있는데,
눈에 들어온 물총.
얼른 장바구니에 담았다.
호텔 체크아웃 전
노아와 나는 수영장에서
10불의 행복을 누렸다.
물총 두 개 중 하나는 이후 캠핑장에서 모래가 들어가는 바람에 수명을 다 해버렸지만 (하루살이 물총이라니) 어쨌든 그렇게 아빠와 아들은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노아와 이렇게 재밌게 놀다 보면 문득 아빠가 생각난다.
초등학교 2-3학년 때쯤이었나?
놀이터에서 혼자 공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등장했다 (등장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나는 분명 갑작스러운 아빠의 등장에 당황했었으니까).
아빠는 나와 놀아주려고 하셨던 것 같다.
아빠와 공을 몇 번 주고받으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왜 이 기억을 지금까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을까?
우선 나는 아빠와 재미있게 놀아본 기억이 없다.
아니, 놀아본 기억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짧은 시간 공놀이 했던 그날의 기억이 어린 나에게 신선함과 어느 정도의 기쁨 + 흥분으로 다가왔던 게 아닐까? 그래서 그 기억이 구슬이 되어 롱텀 메모리 함에 저장되었던 게 아닐까?
그런데 이 구슬의 성격을 설명하자면,
‘와, 아빠가 나랑 놀아줬어!’가 아니라
‘어, 아빠가 나랑 놀아주네. 근데 좀 어색하고 불편하다. 이래도 되나?’ 정도의 기분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아무튼 우리 아빠는 늘 바쁘고 사교성이 부족한, 그리고 적당히 차갑고 무뚝뚝한,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따뜻하고 상냥한 아빠를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아빠를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한 기억이 난다.
노아가 태어났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따뜻한 아빠가 돼야지. 상냥한 아빠가 돼야지.
잘 놀아주고 노아 이야기 잘 들어주는 아빠가 돼야지.
지금까지 나름 노력한다고는 했지만,
스스로 평가를 내리자면, 5점 만점에 2.5점 정도인 듯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내가 받아보지 못한 방식의 사랑을 나눠주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노아와 함께하는 이번 여행이 특별하다.
노아를 사랑함으로 나는 5살의 나를 사랑한다.
노아와의 물총놀이를 통해 3학년 때 놀이터에 혼자 놀던 나를 다시 만난다.
아들과 놀아주기 어색해하시던 아빠를 다시 만난다.
아빠 역할에 참 많이 서툴렀던 우리 아빠를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