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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13. 2023

‘트라우마 치료하기’

2023 0112


#12


나는 유독 혼자 남겨진 이들에 대한 마음이 크다. 

왜 그런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 나의 상처 /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의 가장 어렸을 적 기억은 2-3살 때쯤의 일인데,

그날의 기억이 정말 또렷이 난다. 


햇살 따뜻한 오후, 

미지근한 공기와 적당히 습한 방안,

낡은 TV와 자개장롱, 

시계가 째깍 거리는 소리..


포근한 이불에 감싸여 

낮잠을 자던 나는 스스륵 깨어났다. 


적막이 흐르고..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나는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나는 울기 시작했다.


곧 엄마가 나타나겠지…

이렇게 울고 있으면 엄마가 나타나서 날 안아주겠지..


얼마나 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 기억에 한참을 목놓아 울었던 것 같다.


시간은 또 그렇게 흐르고,

울다 지쳐 넋 놓고 있을 때

엄마가 등장했다. 


나를 안고 ‘미안하다’ 고 하셨지만,

나는 그때 트라우마가 생긴 듯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엄마는 내가 잠이 워낙 많아

한 번 자면 2-3 시간은 기본으로 잤기 때문에 


나를 재워두고 안심하고 밖에 나가 볼일을 보고 오셨다고 한다.

(그래도 어떻게 어린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가실 수 있단 말인가!)


아무튼 그날부터 나는 ‘버려졌다’라는 상처가 생긴 듯하다.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는 이와 관련된 기억들을 하나씩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객관화하기 위해 Dramatize 한 짧은 글로 써보기로 했다. 

(심리학을 공부해 보지 않았지만, 이 작업이 분명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사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무의식적으로 이 작업을 해 왔다는 것이다.


나의 옛날 글들을 쭉 살펴보았는데,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Motif들이 있었다. 


어린 소년, 외톨이, 사막, 어두운 길, 빗방울 (눈물) 등이 그런 것들이다.


아아, 나는 이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었구나.

그래서 나의 모든 창작물에는 항상 ‘쓸쓸함’과 ‘우울함’ 이 묻어 있었구나.

그래서 홀로 남겨진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가고 눈물을 주체 못 했던 것이었구나.


이런 아픔의 기억들을 수집하고 글로, 또 영상으로 재창조해 냈을 때, 

누군가의 마음을 녹여줄 ‘Therapy’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앞으로 계속해야 할 이야기들이. 만들어야 할 영상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트라우마 #치유 #상처 #영상세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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