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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19. 2023

아빠가 태어났다.

2023 0118


#18


둘째 노엘이가 제왕절개 수술로 이 세상에 나왔을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보고 사진을 찍으라고 노엘이를 번쩍 들어 몇 초간 잡고 계셨다.


노엘이의 부은 얼굴이 내 눈앞에 등장하는데,

나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답답함이 몰려왔다.


‘아빠..?’


노엘이는 차마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울기만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빠..’ 


아빠라는 이름은 아직 내게 많이 어색한 이름이다.


나의 아빠는 평생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었다.

아빠가 갓 돌을 지났을 때 즈음 할머니가 동네 굿판에 구경 갔다가 귀신에 들려

아빠를 물어뜯고 집어던지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졸지에 아빠는 고아처럼 떨어져

남의 손에 젖동냥하며 키워져야만 했다.


그 후로도 할머니의 정신은 온전하지 못했고,

아빠는 할머니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하고

자주 아프셨던 할머니를 평생 걱정만 하며 자라오셨다.


그런 아빠였기에,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빠였기에,

아빠는 나를 사랑하는데 많이 서투셨다. 

아니, 사랑할 줄 모르셨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20대가 지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보니, 


나도 아빠가 되어보니,

내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아빠의 행동과 말투와 표정..

모든 것들이 생각나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원망도 되었다.


아빠를 생각하면 여전히 깨지지 않은 얼음벽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노엘이에게 아빠의 모습을 잔뜩 담아주신 것 같다.


노엘이는 참 사랑스럽다.

숨 쉬는 것도, 

기분 좋다고 웃을 때,

눈웃음 지으며 나를 쳐다볼 때,

떼쓰고 울 때도 

노엘이는 참 사랑스럽다.


그런 노엘이의 얼굴에 

아빠의 모습이 잔뜩 묻어있다.


‘아빠를 사랑해라’ 고 하나님이 노엘이를 만들어 주신 것만 같다.


불쌍한 우리 아빠.

젖도 못 뗀 그때, 우리 아빠는 얼마나 무섭고 추웠을까?


노아 노엘이를 데리고

따뜻한 봄이 오면 

한국에 가 아빠를 만나야지.


그리고 꼭 안아드려야지.

사랑한다고 말씀드려야지.


#아빠 #노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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