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18
#18
둘째 노엘이가 제왕절개 수술로 이 세상에 나왔을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보고 사진을 찍으라고 노엘이를 번쩍 들어 몇 초간 잡고 계셨다.
노엘이의 부은 얼굴이 내 눈앞에 등장하는데,
나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답답함이 몰려왔다.
‘아빠..?’
노엘이는 차마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울기만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빠..’
아빠라는 이름은 아직 내게 많이 어색한 이름이다.
나의 아빠는 평생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불쌍한 사람이었다.
아빠가 갓 돌을 지났을 때 즈음 할머니가 동네 굿판에 구경 갔다가 귀신에 들려
아빠를 물어뜯고 집어던지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졸지에 아빠는 고아처럼 떨어져
남의 손에 젖동냥하며 키워져야만 했다.
그 후로도 할머니의 정신은 온전하지 못했고,
아빠는 할머니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하고
자주 아프셨던 할머니를 평생 걱정만 하며 자라오셨다.
그런 아빠였기에,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빠였기에,
아빠는 나를 사랑하는데 많이 서투셨다.
아니, 사랑할 줄 모르셨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20대가 지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보니,
나도 아빠가 되어보니,
내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
아빠의 행동과 말투와 표정..
모든 것들이 생각나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원망도 되었다.
아빠를 생각하면 여전히 깨지지 않은 얼음벽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노엘이에게 아빠의 모습을 잔뜩 담아주신 것 같다.
노엘이는 참 사랑스럽다.
숨 쉬는 것도,
기분 좋다고 웃을 때,
눈웃음 지으며 나를 쳐다볼 때,
떼쓰고 울 때도
노엘이는 참 사랑스럽다.
그런 노엘이의 얼굴에
아빠의 모습이 잔뜩 묻어있다.
‘아빠를 사랑해라’ 고 하나님이 노엘이를 만들어 주신 것만 같다.
불쌍한 우리 아빠.
젖도 못 뗀 그때, 우리 아빠는 얼마나 무섭고 추웠을까?
노아 노엘이를 데리고
따뜻한 봄이 오면
한국에 가 아빠를 만나야지.
그리고 꼭 안아드려야지.
사랑한다고 말씀드려야지.
#아빠 #노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