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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24. 2023

7살 아빠와 4살 아들

2023 0123


#23


7살의 나는 부끄러움이 참 많은 아이였다.


유치원인지 교회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친구들은 다 모여서 함께 모임을 하고 있는데,

나는 신발장 앞에 우두커니 팔짱을 끼고 서서,

선생님의 권유와 달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코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굳은 표정으로 

농성하고 있던 그때가 생각난다.


선생님은 결국 포기하고 안으로 들어가셨고,

몇 명의 아이들이 나를 지나쳐 신발을 넣고 안으로 들어간 후,

음악소리와 함께 모임이 시작되었다. 


신나게 손뼉 치며 노래하는 아이들, 

까르르 웃고 떠들며 게임하고 노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 나도 들어가야 하는데.. 나도 같이 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나는 무슨 고집인지, 아니면 주목받는 부끄러움이 너무 커셔였는지,

그 모임 시간이 끝날 때까지 팔짱 낀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모임이 다 끝나고, 하나둘씩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자

그제야 나는 팔짱을 풀고 밖으로 나가 집으로 가기 위해 엄마를 기다렸다.


4살의 노아에게서 나와 같은 모습을 본다.


노아는 처음 접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잘 적응했다고 생각되는 환경에서도 조금만 변화가 있으면 금방 경계심을 가지고 굳어 버린다.


사람과 상황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면 그제야 경계를 풀고 놀기 시작한다.


7살의 나를, 4살의 노아를,

나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해 주어 힘을 줄 수 있을까?


7살의 나는,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나를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 줄 수 있는 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 기억해 봐도,

그 자리에 나의 엄마나 아빠는 없다. 


4살의 노아도,

수줍은 노아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따뜻한 말로 격려해 줄 수 있는

그런 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거겠지. 


‘왜 그래?’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너는 왜 다른 아이들처럼 못해?’ 같은 지적하고 정죄하는 말이 아니라,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구나.’ ‘다 될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 줄게.’와 같은 말을 해 줄 한 사람 말이다.


신발장 앞에 팔짱 끼고 서 있던, 

7살의 나에게 다가가 인사해 본다.


내 다리 뒤로 숨어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는

4살 노아의 손을 꼭 잡아 본다.


7살의 나도,

4살의 노아도, 


이제는 안심할 수 있길.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길.


#아빠와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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