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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Jan 31. 2023

아이들은 아빠에게 몸을 던진다

2023 0130


#30


‘아이들은 아빠에게 몸을 던진다’


둘째 노엘이가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혼자 일어서서 한 두 걸음 내딛는 정도..


일어설 수 있다는 게 스스로 신기한 모양인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아빠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아빠, 나 이제 아빠한테 걸어갈 거야’라는 눈빛을 보낸 후

깔깔깔 웃으며 아빠에게 안긴다. 점프하듯이 몸을 내던진다.


내가 자기를 못 잡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안전하게 자기를 잡고 다시 일으켜 줄 거라는 믿음이 있음을,

노엘이의 자신 있는 ‘몸날림’에서 알 수 있다. 


노아가 처음 걷기 시작한 날, 우연히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었다.

아빠가 저 멀리서 (노아 기준에서는 멀리) ‘노아야 이리 와’ 하고 부르니까

노아는 몇 번을 넘어지고 아파했지만, 다시 일어서서 걸어와 아빠에게 안겼다.


아빠의 음성이 들리니까,

저 멀리 아빠의 모습이 보이니까.

넘어질게 분명한데 그래도 몸을 던져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다시 일으켜 세워주실 아빠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이다. 


아이들은 아빠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예전에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유리로 된 바닥, 선뜻 기어가기 힘든 그런 바닥을 깔고서, 

엄마나 아빠가 반대편에서 아이 이름을 부른다. 


‘OO야~ 이리 와. 엄마 여기 있어..!’


이때 두 가지 다른 조건으로 실험을 한다.

첫 번째 부모님 그룹은 환한 미소를 짓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아이를 부른다.

두 번째 부모님 그룹은 걱정스러운 표정과 불안한 목소리로 아이를 부른다.


아이들은 처음 가는 길, 두려운 요소가 있는 길 앞에

부모님의 음성을 듣고, 부모님의 얼굴을 확인한다.

확신하는 부모님 그룹의 아이들은 두려움을 딛고 유리바닥을 기어간다.

반대로 불안해하는 부모님 그룹의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울거나,

기어가다가 멈춰서 부모님을 기다리거나, 아예 등을 돌리고 다른 곳에 집중한다.


노아도, 노엘이도, 처음 걸음마를 시작할 때,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나의 미소를 보고, ‘이리 와, 괜찮아’ 하는 나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넘어졌지만 또 시도했다. 


2023년 새로운 길들이 눈앞에 보인다.

두려움이 앞서고 넘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선뜻 걸음을 내딛기가 힘들다. 


잠시 눈을 감고 아빠의 얼굴을 바라본다. 

지나가는 바람 속에 담겨있는 아빠의 음성에 귀 기울여 본다.


눈을 떠서 하늘을 쳐다본다.

공중 나는 겨울새를 바라본다.


아아, 오늘 하늘은 맑고, 해가 예쁘게 떴구나. 


아빠의 얼굴은 해 같이 밝고,

아빠의 목소리는 겨울새 노랫소리보다 아름답구나.


오늘도 안심하고 이 길,

걸어갈 수 있겠구나.


#걸음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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