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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Apr 04. 2023

꿈을 꾼다.

2023 0402


#93


꿈을 꾼다.


밝게 빛나던 별들이 

하나, 둘 씩 희미해져 가면

굳게 믿었던 내가 자랑하던 것들마저 

의미를 잊고 어둠 속에 묻혀갈 때면, 


옛적 용감했던 내 두 다리와, 

지칠 줄 몰랐던 내 두 손은, 

그만 머쓱해져 갈 곳을 잃은 채 

차가워진 가슴팍 안으로 점점 굳어져 간다


의지할 곳 하나 없이 굶주리던 

한 고아의 이야기를 한없이 듣다 보면 

무너진 내 성 사이로 뿌리 없는 그루터기 

구멍 난 나무 벽돌집 참새 한 마리 쉴 곳 없고


초봄 눈 내리는 밤 

잠이 든다

그렇게. 


그렇게.

다시

꿈을 꾼다. 


높아진 파도 소리에 불현듯 잠에서 깨어

기뻐 우는 물고기 두 마리 보리떡 다섯 개 

옛 야곱 벧엘 천사의 사닥다리 

돌베개 무릎 꿇고 조약돌 다섯 개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하시고

바람 같이 임의로 불매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나 


풍랑 속 나에게 말씀하실 때

내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예수 반석 변치 않는 그 사랑

그 사랑이 강권하시도다 


초봄 안개 자욱한 밤

내 발의 등불 그 빛 

산 위 동네가 숨기 우지 못할

꿈을 꾸며 잠에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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