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02
#93
꿈을 꾼다.
밝게 빛나던 별들이
하나, 둘 씩 희미해져 가면
굳게 믿었던 내가 자랑하던 것들마저
의미를 잊고 어둠 속에 묻혀갈 때면,
옛적 용감했던 내 두 다리와,
지칠 줄 몰랐던 내 두 손은,
그만 머쓱해져 갈 곳을 잃은 채
차가워진 가슴팍 안으로 점점 굳어져 간다
의지할 곳 하나 없이 굶주리던
한 고아의 이야기를 한없이 듣다 보면
무너진 내 성 사이로 뿌리 없는 그루터기
구멍 난 나무 벽돌집 참새 한 마리 쉴 곳 없고
초봄 눈 내리는 밤
잠이 든다
그렇게.
그렇게.
다시
꿈을 꾼다.
높아진 파도 소리에 불현듯 잠에서 깨어
기뻐 우는 물고기 두 마리 보리떡 다섯 개
옛 야곱 벧엘 천사의 사닥다리
돌베개 무릎 꿇고 조약돌 다섯 개
주여 만일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하시고
바람 같이 임의로 불매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나
풍랑 속 나에게 말씀하실 때
내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예수 반석 변치 않는 그 사랑
그 사랑이 강권하시도다
초봄 안개 자욱한 밤
내 발의 등불 그 빛
산 위 동네가 숨기 우지 못할
꿈을 꾸며 잠에서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