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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Apr 08. 2023

사랑 한 숟갈

2023 0407


#98


우리 어머니는 ‘사랑에 서툰’ 분이셨다. 


성격적으로도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는, 

큰 기쁨도, 큰 슬픔도 없이 늘 안정적이신 분이셨기에,  

다른 사람을 향해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어떤 상황에 감정적으로 크게 반응하시는 일이 없었다. 


어머니는 ‘나는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라는 말을 우리에게 종종 하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머니께 ‘사랑받고 있다’라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많이 없다. 


그런데 어머니의 사랑을 찐하게 느꼈던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중학교 2-3학년 때쯤의 일이다. 

하루는 늦잠을 잤는데, 어머니가 나를 깨우시는데, 꼭 안아주시고 

볼에 뽀뽀를 해 주시며, ‘우리 아들, 엄마가 많이 사랑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처음 당해보는(?) 상황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잠이 확 깰 정도로 신기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뭐야 엄마? 왜 그래?’라고 묻자 

엄마는 ‘아, ‘좋은 부모 세미나’를 듣고 왔는데 

자식들한테 이렇게 해주라고 하더라.’ 고 말씀하셨다.


물론 그날 아침에만 그러시고 

그다음 날부터는 다행히도(?) 원래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날의 기억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지금까지도 그날의 기억, 특히 그날 공기의 냄새까지도 나는 정확하게 기억한다.


나는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었던 것 같다.


나는 아마도 어머니에게 그런 방식의 사랑표현을 바랐었던 것 같다.

별거 아니었는데, 대단한 거 아니었는데,

그저 매일 아침, 그리고 자기 전 꼭 껴안아주고 ‘사랑한다’ 말 한마디면 되는 거였는데..


어머니는 내가 원했던 그걸 잘 모르셨던 것 같다.

아마도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그런 사랑을 못 받아보셨었겠지..


내가 노아를 심하게 혼내거나 화를 내고 난 다음에 

노아는 학교에 가서 말썽을 일으킨다. 

소리 지르며 친구를 때리고 물건을 던진다고 한다.


반대로 노아에게 자기 전에, 그리고 등교를 시켜주며 

꼭 안아주고, ‘노아야 아빠가 노아 많이 사랑해.’라고 

진심을 담아 말해주면, 그날 노아는 ‘Super Duper Day’ 였다고 선생님은 말씀해 주신다. 


13살의 나도,

4살의 노아도,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다른 무엇보다 ’ 사랑’ 이였다. 


사람은 밥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사랑을 먹고 살아간다. 


오늘 사랑을 굶은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사랑 한 숟갈 하세요. 그대는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여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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