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12
#103
‘마음씨는 뿌리는 것이다’
우리말에는 ‘~씨’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글씨, 말씨, 솜씨, 맵시, 마음씨.’ 등의 말이 있다.
‘~씨’는 어떠한 정도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솜씨가 좋다’라는 말은 ‘손기술의 정도가 뛰어나다’라는 뜻이 되겠다.
그런데 나는 ‘~씨’가 붙은 말들을 생각하다가
어쩌면 ‘~씨’는 ‘씨앗’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 보았다.
예컨대, ‘글씨’는 글의 씨앗들, 누군가가 남겨놓은 글의 흔적들이라는 말이고
‘마음씨’는 어떤 사람의 마음의 조각들, 씨앗 들인 셈이다.
씨앗은 적절한 땅과 날씨만 잘 뒷받침해 주면 이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
새싹은 어느덧 자라올라 해가 지나고 나면 열매를 맺게 된다.
우리가 흘리는 글씨나 말씨,
무엇보다 마음씨도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뿌려지고 심기는 씨앗들이다.
이 씨앗들은 때가 되면 열매를 맺고 또다시 흩어지고 뿌려지게 될 것이다.
참 재밌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씨는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마음씨앗이 뿌려지고 또 뿌려지면,
진실이 담긴 씨앗들이 쌓이고 또 쌓이면,
언젠가는 어딘가에서 열매를 맺게 될 거라는 것이다.
나는 어떤 마음씨앗을 뿌리고 살고 있나
나는 어떤 창조를 하고 어디에 물을 주고 있나
내 마음씨앗이 시작된 곳을 안다면,
나는 그 씨앗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나의 행동동기의 시작을 안다는 것은,
그 끝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내 마음씨의 시작,
그리고 그 여정의 끝을 향해
오늘도 나는 나의 글씨와 말씨를 흩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