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11
#102
‘점심은 마음에 불을 붙이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인류는 하루에 두 끼만 먹었다.
아침, 그리고 저녁. 이렇게만 있었고,
원래 점심은 없었다.
이 세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아침과 저녁이 순우리말인데 반해 ‘점심’ 은 한자말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점심(點心)'은 마음에 점화(點火)한다는 뜻의 말로써, 허기가 져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마음에 불이 반짝 붙을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아침과 저녁, 이렇게 두 끼는 원래 먹던 끼니라
우리말이 먼저 생겨 자리 잡고 있었고,
점심은 나중에 생겨 아침과 저녁 사이 중간 어디쯤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원래 없었던 점심이지만, 그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
‘마음에 불을 붙이는 일’이라고 표현하듯이,
밖에 나가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자 에너지원이었다.
요새 나는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마음을 불 붙여줄 제대로 된 식사가 필요하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의 점심이 필요하다.
나의 점심은,
누군가와 만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책이나 사람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듣거나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는 일일 수도 있다.
내가 믿고 따르는 것들에 대한
확신이 들만한 증거를 찾게 되는 일일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Words of Confirmation’ 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나는 요즘 배고프다.
아침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저녁에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게 되더라도,
나에게는 여전히
점심(點心)이 필요하다.
마음에 불이 필요하다.
점심 같이 하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