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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 Apr 20. 2023

기대하지 않는 새, 벽.

2023 0418


#109


그는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나버린 저녁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어느 월요일의 그 빨간 새처럼 


잠시 나뭇가지에 기대어 앉아 있다

홀연히 저 멀리 구름 너머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그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무심코 지나가며 툭툭 던져진 사람들의 말은

돌덩이가 되어 그의 이마를 짓눌렀습니다. 


그래도 그는 무거운 머리를 나무에 맞대고

그래도 그는 상처 난 다리를 붙잡고 일어서서

하루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오지 않을 저녁을 기다리며

날아가버린 새가 돌아오길 기대하며

이슬 젖은 풀잎에 기댄 채 

그렇게 축축한 새,
벽에 기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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