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30
#121
'스즈메는 아픔을 닫는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처음 작품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다 챙겨 보았는데,
최근 몇 작품들은 ‘재난’ 그리고 ‘치유와 위로’에 관한 작품들이었다.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 은 12년 전 동일본에 일어난 지진과 쓰나미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데,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자신의 딸이 지진이 발생한 해에 태어났는데, 자녀세대에게는 역사를 알려주고
아픔을 겪은 세대에게는 치유와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극 중 스즈메는 문을 닫는다. 문을 닫아야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을 하나씩 닫을 때마다 일본 사람들의 상처들도 하나씩 아물어 간다.
그런데 마지막에 스즈메는 문을 연다.
문 안에 들어가 과거 쓰나미로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4살의 어린 스즈메를 만난다.
자신을 꼭 안아주며 이제는 자신의 상처가 치유됨을 경험한다.
언젠가 ‘아톰은 치유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적었다.
아톰 (Atom)이라는 만화가 만들어진 이유가 원폭 (Atomic Bomb)으로 인한 패전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시도였고,
또 그만한 힘을 가지고 싶은 일본 사람들의 열망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스즈메도 아톰과 그런 의미에서 같은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극 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문을 열고 집을 나서며 가족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반복되어 나온다.
그런데 이들은 문을 열긴 했지만 돌아와 닫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버린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문을 닫는 일,’ 그러니까 사건을 매듭짓는 일 / Proper Closure 이 필요하다.
스즈메는 스스로 문을 닫지 못하고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대신해 문을 닫아주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신카이 감독의 탁월한 표현방식이 경이롭다.
크리에이터는 아픔을 노래하고 슬픔을 글로 적어야 한다.
상처를 찍고 편집하며 고통과 연약함을 그려내야 한다.
기록하고 또 기록하고
창작하고 나눌 때,
크리에이터는 치유자가 된다.
니의 아픔이 모두의 공감이 되고
나의 치유는 모두의 성장이 된다.
한국에도 신카이 마코토 같은 감독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감싸고 보듬는 작품들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
우리가 닫아야 할 문은 무엇일까?
내가 열어야 할 문은 또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