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507
#157
‘과거를 바꾸는 방법’
세상의 끝에 도착한 남자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여기까지 왜 오게 되었을까?’
목적 없이 달려온 것만 같던 자신의 인생이
마치 벼랑 끝 자라난 한 송이 꽃처럼
그렇게 처연하게 보이더란다.
세상의 끝은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아끼던 사람과의 관계의 끝을 뜻하는 것이었음을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랑은 오래 참는다고 했는데
참긴 했으나 매번 오래 참지 못했던 그는 그녀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을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지독한 ‘자기애’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평생 착각하며 살아온 것이었다.
그녀를 사랑해서 했다고 한 모든 말들과 행동들이
결국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 했던 것이었음을 그는 세상의 끝에서 깨달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였다.
과거를 바꾸는 일.
과거에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현재를 미래처럼 살면, 어쩌면 과거도 바뀌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꿈꾸는 미래를 이미 이루었다고 믿고 그대로 살아가면,
동시에 과거도 바뀌어질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는 그 터무니없는 생각을 믿기 시작했다.
아니, 믿어야만 했다.
그래야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기에.
그는 살아가기 시작했다.
현재를 미래처럼.
미래의 오늘이 어제가 된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고 살아갔다.
그러나,
떠나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나간 과거의 흔적은 그대로 있는 듯했다.
다만, 과거에 머물러 있었던 그가 이제는 현재를 살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의 실수들은 되돌릴 수 없었지만,
과거에 머물러 살아가던 그의 어두웠던 현재는
이제 미래의 소망을 노래하는 새벽 동트는 아침과도 같게 변해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나의 과거는 바뀌었습니다. 나의 과거가 더 이상 미래의 나에게 말을 걸지 않습니다.
진짜 사랑은 과거를 바꿀 수 있습니다.
나를 자유케 하고 과거의 나는 해방되어 미래를 현재처럼 살아가게 합니다.
그것은 참 소망이고 나를 지탱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믿음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법입니다.
나에게 언젠가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것을 나는 믿습니다.’
그는 정말로 변해 있었다.
그가 꿈꾸는 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잃고 사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