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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리 Kylee Sep 06. 2024

#3 학생일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 대학안의 다양한 서비스 소개하기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대학에 들어간 스무 살의 봄을 기억한다. 서울에 올라와 기숙사에 짐을 놓고 지방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시던 부모님의 뒷모습. 그 큰 서울에, 그 넓은 캠퍼스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 새내기 모임에서 인사만 한 몇몇 친구들밖에 모른다는 소외감과 외로움.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생활을 잘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 나날이 계속되었고, 대학을 좀 더 "잘" 이용하게 된 것은 졸업 직전의 고학년이 되어서야, 그리고 대학원생이 되어서였다. 나의 공부를, 진로를 도와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이렇게 대학 안에 있었는데 그런 기회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가르치게 되면서 놀란 점 중의 하나는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알지 못할 뿐. 그래서 교수가 된 입장에서 학교 안에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소개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이러한 서비스를 소개해주는 것은 교수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모든 학생들에게 잘해주고 싶기에, 수업에 잘 나오지 않거나, 뒤처지는 학생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내가 챙겨야 할 학생들과 수업 내용들도 많고, 수업 이외에도 연구도, 서비스도 해야 하는 그리고 나의 개인적인 삶도 있기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모두 도와줄 수 없으며, 그건 학교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바와도 어긋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를 도와줄 적절한 기관과 서비스가 학교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몇 가지 서비스와 기관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교수뿐만 아니라 현재 학부나 대학원에 재학하는 유학생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먼저 라이팅 센터(writing center)를 적극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석사까지 한국어로 공부하고 나왔기에, 영어는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숙제였다. 읽기는 어느 정도 따라가겠는데, 쓰기는 정말 어려웠다. 단순히 영어를 못한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학에서 쓰는 아카데믹 라이팅의 구조, 그리고 그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이 너무 어려웠다. 물론 문법이나 단어 사용 같은 것도 매우 어려웠고. 요즘이야 AI의 발달로, AI가 쉽고 편하게 고쳐주지만, 제대로 고친 문장인지 알기 위해서는 나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에 여전히 개개인의 라이팅 실력을 올리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라이팅 센터에 가면 전반적인 라이팅에 대한 조언도 받을 수 있고, 특히 특정 숙제나 레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숙제와 레포트에 맞춘 코멘트도 받을 수 있다. 교수로서 학생들이 라이팅 센터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 학기 중에 한 번이라도 라이팅 센터를 이용한 경우, 그 경험에 대한 소감을 제출하라고 해서 extra-credit을 주는 등으로 이용을 유도했다. 


글쓰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실력이다. 학교에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곳도 있더라. 퍼블릭 스피킹 (public speaking) 센터나 아니면 커뮤니케이션 센터(communication center)라는 이름으로 발표 등에 도움을 주는 곳도 있다. 수업에서 기말 과제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경우나 아니면 교내외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경우, 혹은 콘테스트 같은 곳에 나가는 경우에도 미리 연습해 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잡 마켓에 있을 때 티칭 데모를 연습해야 해서 그때 많이 도움을 받았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점에서는 스피킹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내 영어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한국말로 한다고 해서 발표를 잘 할까? 그것보다는 기본적인 발표에 대한 구조나 전개, 그리고 어떤 발표가 좋은 발표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더 나은 발표를 할 수 있었고, 이런 센터를 통해서 도움을 많이 받아서 학생들에게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상담이나 카운셀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추천한다. 교수가 되고 나서 많은 학생들이 정신건강 문제로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DHD도 많고, 우울증도 많았다. 나도 지금 돌이켜보면 대학 시절 우울증을 겪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딱히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증상들은 학업에 큰 방해가 된다. 처음에는 의욕 있게 시작했던 학기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하나 두 개 놓치는 수업이 늘어나고 과제가 늘어나고, 결국 수업에 나오지 않고 낙제하는 학생들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이는 특히 대학원생에게도 유용하고, 심지어 교수인 나에게도 유용하다.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교수들도 7번까지 무료로 상담을 할 수 있어서, 상담을 받아보았고,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학교에는 이와 같은 서비스 말고도 많은 서비스가 있다. 특정 과목에 대한 튜터링이랑 멘토링 서비스도 있어,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특정 그룹 - 예를 들어 전역군인이나 유학생 등을 위한 서비스와 부서도 많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소개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제일 유용했던 것은 라이팅 센터, 커뮤니케이션 센터 그리고 상담과 카운셀링이었다. 학생이었을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조금의 노력을 해본다. 학교의 관련 서비스들의 목록과 링크를 만들어 실라버스 뒤에도 붙여보고, 수업 게시판에도 올려본다. 가끔은, 특히 중간고사 기간 등 학생들이 유난히 지치고 힘들어 보일 때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너를 도와줄 곳이 이 학교 안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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